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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EN 초점] ‘딴따라’ 혜리는 어떻게 ‘응팔’ 덕선이를 벗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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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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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혜리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진행된 드라마 ‘딴따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슬기 기자 kelly@

“시청자 분들에게는 ‘응팔’의 덕선이와 ‘딴따라’의 그린이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두 캐릭터 모두 밝으니까요. 두 캐릭터 사이에 차이를 두려고 했던 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노력했던 부분이에요.”

지난 19일 열린 SBS ‘딴따라’(극본 유영아, 연출 홍성창 이광영) 제작발표회 당시 혜리는 이렇게 말했다. 혜리가 분한 그린은 ‘알바의 달인’으로 통하는 20대 청춘이자, 딴따라 밴드의 보컬 조하늘(강민혁)의 누나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남동생 하늘이 억울한 누명을 쓴 상황이지만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내는 인물이다.

밝고 씩씩한 성격이 전작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덕선과 많이 닮았다. 더욱이 ‘응팔’이 전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혜리=덕선”이란 인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상황. 혜리는 이날 덕선과 그린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일단 나이가 다르다”고 답하며 웃었다.

“나이가 다르다.” 일견 단순해보일 수 있는 답변이지만, 덕선과 그린의 정서적 차이는 사실 ‘나이’에서 비롯된다. 10대 여고생 덕선은 ‘철부지’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20대 그린에게는 ‘가장’이라는 짐이 지워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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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의 덕선과 ‘딴따라’의 그린/사진제공=tvN ‘응답하라 1988′, SBS ‘딴따라’ 방송화면

그래서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다르다. 덕선이가 목젖이 보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어젖힌다면 그린은 좀 더 수줍다. 일례로 지난 27일 방송된 3회 방송에서 그린은 무대를 마친 하늘을 향해 “잘했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어쩐지 서글픈 기색이 엿보인다. 하늘과 그린의 과거 때문이다. 과거 하늘-그린 남매의 부모님은 음악하는 하늘을 말리겠다고 찾아 나선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하늘의 음악 활동을 반대하던 그린이, 처음으로 그의 노래를 칭찬해준 날. 혜리는 복잡한 그린의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눈물 연기도 마찬가지이다. ‘응팔’에서 덕선은 첫사랑 선우(고경표)가 자신이 아닌 언니 보라(류혜영)를 좋아한단 사실을 알고 엉엉 소리 내 운다. 반면 ‘딴따라’의 그린은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더 많다. 하늘이 성추행 누명을 썼을 때의 오열 연기로 화제를 모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커다란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혜리의 모습은 ‘폭풍 오열’만큼이나 애달프게 가슴을 울린다.

혜리는 앞서 제작 발표회 당시 “스스로 덕선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린이에게 덕선이가 묻어나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정확한 캐릭터 이해가 명확한 캐릭터 구분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덕선이 때 썼던 연기적인 기술을 덜 쓰려고 해요. 시청자 분들이 ‘저거 덕선이 때 했던 거 아니야?’라고 느끼시지 않도록 했어요. 기본적으로는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그린이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캐릭터와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표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혜리의 연기는 조금씩, 하지만 끊임없이 변주해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은 만큼, 혜리가 ‘배우’로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모인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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