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소송' 이긴 대중 음악의 거장 신중현
1심 승소… 작사·작곡·편곡 238곡 음반제작 권리 인정받아
"내 음악의 권리 찾겠다" 전문 변호사 위임 않고 음반제작회사 상대로 소송
복제 등 각종 권리 갖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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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씨는“나의 혼이 담긴 음악들을 대중문화 유산으로 정리하는 데 여생을 보낼 것”이라 했다. |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신중현(68)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승소(勝訴)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올 초 법원에 자신을 1968~87년 작사·작곡·편곡한 대표작 28개 앨범(총 238곡)의 음반제작자로서 인정해달라는 소(訴)를 제기,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벌여 1심에서 이겼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3부(재판장 김경)는 4일 신씨가 음반제작사 Y사를 상대로 '음반제작자를 Y사가 아닌 나로 인정해달라'며 낸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신씨는 음반에 대한 복제·배포 등 각종 권리를 갖게 돼 자기 손으로 다시 발매할 수 있게 된다. 소송 대상이 된 음반 중엔 펄시스터즈의 '님아' '커피 한 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늦기 전에', 박인수의 '봄비' 등 신중현씨의 대표곡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신중현씨는 소송에 나서게 된 경위에 대해 "올 초 과거 절판 음반을 재녹음해 직접 재킷을 디자인하고 속지도 새로 써서 재발매했지만, Y사가 '우리가 권리를 갖고 있는 앨범을 왜 상의 없이 파느냐'고 항의해 유통이 중단됐다"며 "내가 피땀 흘려 만든 노래에 대해 권리가 없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아 법원까지 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1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법무사의 도움만 받은 채 혼자 재판을 치렀다.
신중현씨의 음반 재발매를 막은 Y사는 "관련 음반의 제작 권리는 우리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1996년 양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중현씨의 초기 음반을 제작했던 박모씨가 음반제작 비용을 투자하고 신씨에게 일부 인세를 줬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녹음 과정에서 신씨에게 전권을 줬고 음반이 신씨 주도로 만들어진 점 등을 보면 제작(권리)자는 신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신씨가 재판정에서 해당 노래들의 악보와 작업 기록, 음원 마스터 테이프 등 각종 증거를 제출하고 "음반에 실린 모든 노래를 내가 작사·작곡·편곡했고, 내가 이끄는 밴드가 연주했다. 노래도 일부는 내가 부르고, 내가 안 부르는 경우도 직접 가수를 발굴하고 훈련시켜 녹음했다"며 자신의 공헌도를 강조한 것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신중현씨는 "음악은 음반을 찍어 포장한 사람들의 것이 될 수는 없다"며 "이번 판결이 음악인들의 권리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Y사는 항소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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