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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M6, 낀 차 신세? 존재감 확보?··· 어떤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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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한 것인가, 카니벌리제이션을 야기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제2의 마르샤·아슬란’이 될 것인가.

르노삼성자동차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차 SM6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M6는 기존 중형 세단인 SM5와 준대형 세단인 SM7 사이에 위치해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다.

경향신문

르노삼성 S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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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원만 놓고 보면 SM6는 SM5 후속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1.6 터보와 2.0 가솔린, 2.0 LPe 모델의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차체의 길이는 SM5의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르노삼성차는 SM6를 SM5 후속 모델로 내놓지 않고 SM6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의 차로 출시했다.

단단해진 하체, 업그레이드된 고급사양을 앞세워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게 르노삼성차의 출사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펙만 보면 SM5 후속으로 나오는 게 맞는데, 르노삼성이 차종이 5개밖에 안되다 보니 차종을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학과)는 “SM5와 차별화하고 색깔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어 SM6로 포지셔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SM6로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는 것이다. 2013년 2월 한국지엠 트랙스가 출시되면서 한국에서 소형 SUV 시장이 열렸고, 르노삼성 QM3와 쌍용차 티볼리가 가세하면서 지난해 연 8만2000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사전계약에 들어간 SM6는 14일 현재 5000대가 넘는 사전계약 물량을 확보했다. 문제는 SM6와 일정 부분 겹치는 SM5와 SM7 판매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SM5는 529대 팔렸다. 지난해 12월(2553대)에 비해 79.3% 급감했다. SM7도 361대로 전달(2134대)보다 83.1% 줄었다. 카니발리제이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카니벌리제이션은 동족살해를 뜻하는 카니벌리즘(cannibalism)에서 비롯한 경제 용어다. 한 기업에서 새로 출시한 상품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을 갉아 먹는 ‘자기시장잠식’ 현상을 가리킨다.

업계에서는 SM6 출시로 SM5의 존재감이나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카니발리제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현대차의 틈새시장 차였던 마르샤나 아슬란과는 다른 행보다. 1995년 쏘나타와 그랜저 중간 차급으로 출시된 마르샤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3년 만인 1998년 단종됐다. 2014년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 차급으로 나온 아슬란 역시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낀 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틈새시장을 노리는 차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차를 팔 때 환금성도 중시한다. 메이저 아닌 마이너 차를 사면 나중에 불이익을 본다는 생각이 있어 무난한 차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M6의 경우 쏘나타나 그랜저, 제네시스라는 강력한 위아래 형동생이 없다. 형동생에 치인 마르샤나 아슬란과 달리 SM5나 SM7까지 잡아먹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M6가 쏘나타나 기아차 K5, 그랜저와 K7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7이나 그랜저는 SM6와 급 자체가 다른 차여서 경쟁차로 보기 어렵고, 실질적인 경쟁차는 쏘나타나 K5로 봐야 한다”면서 “쏘나타와 K5에 비해서는 고급사양과 가격 등에서 장단점이 있어 앞으로 마케팅을 어떻게 해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차인 만큼 당분간 신차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신차가 나오지 않아 무너졌던 영업망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4월 출시 예정인 한국지엠 말리부도 변수다. 쉐보레는 전통적으로 하체가 좋아 SM6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신형 말리부의 제원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SM6의 신차효과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김필수 교수는 “SM6가 인기를 끌 만한 요소도 있고,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자기 색깔을 얼마나 강하게 내보이고,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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