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스마트워치에 치인 최고급 스위스시계 '아 옛날이여'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反부패·과잉공급·스위스프랑화 상승도 악재

연합뉴스

애플 워치(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손목 위에서 뭇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때로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스위스제 최고급 시계 제조업체들의 시계(視界)가 흐려지고 있다.

1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내놓은 '스위스 시계 산업 연구 2015' 보고서는 "2015년은 어려웠고 2016년은 매우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요약했다.

딜로이트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워치를 오랜 전통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스위스 명품 시계의 경쟁자로 지목했다.

포천은 "한때 스위스가 '장난감' 정도로 여겼던 스마트워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특히 시계에 1천500달러(약 181만 원) 이하를 쓰려는 소비층에서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딜로이트는 "스마트워치를 경쟁적인 위협으로 인식한 시계업체 경영자는 2014년 11%에 불과했지만 2015년 25%로 늘어났다"며 "응답자의 39%는 '애플 워치' 출시 이후 스마트워치의 도전을 더 인식하게 됐다고 답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애플 워치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 환경이 더욱 악화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2014년 82% 성장해 13억 달러(약 1조5천723억 원) 규모로 커졌고, 2015년에는 89억 달러(약 10조7천645억 원)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215억 스위스프랑(약 26조6천791억 원) 어치를 해외에 판매한 스위스 시계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위협적인 성장세가 확연하다.

중국의 부패 척결 움직임도 사치품인 스위스제 고급 시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스위스시계공업협회(FHS)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대(對) 중국 시계 수출은 4.7% 감소했다.

공직자들이 값비싼 시계 등 사치품을 선물받지 못하도록 한 중국의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스위스 시계의 주요 거점인 홍콩으로의 수출은 22.9%나 줄어들었고 아시아 전체 수출은 9.1%, 수출 총액은 3.3% 감소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등의 시장 확대로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다 보니 스위스 시계의 가장 큰 가치로 꼽히던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이 감소한 탓에 오히려 수요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제네바의 시장조사업체 '디지털 럭셔리 그룹'은 "시계 업체들은 어디서든 큰 숫자를 노리고 과잉생산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판매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고급 양장점을 운영하는 한 시계 수집가는 "판매점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만 살 수 있는 시계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것이 없다"면서 "원하는 것은 언제든 구할 수 있게 됐다"며 고급 시계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을 아쉬워했다.

여기에 스위스 프랑화 상승, 유가 하락, 세계 정치경제 불안 등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는 '눈높이 낮추기' 경향이 나타났다고 포천은 전했다.

가격대가 보통 1만 유로(약 1천367만 원)에서 시작하는 최고급 브랜드 피아제가 선보인 7천 유로(약 957만 원) 대의 여성용 새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노력에도 팔리지 않는 시계들은 '회색시장'으로 불리는 음성적 유통 경로로 흘러들어 가 더욱 저렴한 가격이 매겨지고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악순환에 빠진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최고급 사치품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디지털 럭셔리 그룹은 "이 시계들을 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한동안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j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 전시된 피아제 시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고급 브랜드 오데마 피게의 직원이 시계를 조립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 전시된 몽블랑 시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