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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금융위기 재발하나…공포 휩싸인 투자자들 ‘손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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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 닛케이지수 1만5000선 무너져

주요국 증시 올 10% 이상 하락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금리도 ‘뚝’

경기침체 ‘늪’ 우려에 투자심리 급랭

일본 등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

되레 위기관리능력 회의론 ‘역풍’

미 연준 옐런 의장

“마이너스 금리 다시 검토”


한겨레

세계 경기침체 우려 확대, 북한 로켓 발사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시황판을 보고 있다. 코스피는 14.94포인트 하락한 1846.60으로, 장중 한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코스닥은 39.24포인트 하락한 608.45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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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폭락하고 국채와 금 값은 급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악재가 아니라 경기 침체 우려가 깊이 자리잡고 있어 단기간에 혼란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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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국 증시 지수 하락률


연초엔 중국 증시가, 설 연휴를 보낸 이번주에는 일본 증시가 하락 장세를 주도했다. 9일 5.4% 폭락했던 닛케이225지수는 12일에도 4.8% 꺼지며 1만5000선이 무너졌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이번주에 내리막길을 걸어, 올해 주요국 증시 지수들의 하락 폭이 대부분 10% 이상으로 커졌다. <블룸버그뉴스>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가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해 세계 증시 전반이 ‘베어 마켓’(약세장)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위험 회피 심리에 따라 ‘안전 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11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3%로 2012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1.29%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까지 1%대로 내려갔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이날 국제 상품시장에서 온스당 1260달러로 5.3% 상승하며 7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금값 상승률은 18%다.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진 것은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소식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뀐 직후에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위안화 가치의 잇따른 절하, 유가 급락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런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을 시발점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일본은행은 경기를 살리려고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냈지만 되레 ‘이제 쓸 수단이 더 없다는 얘기’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엔화 가치를 깎으려는 의도는 안전자산 선호라는 역풍을 만나, 지난달 29일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7%나 상승했다. 1998년 이후 2주간 상승 폭으로는 최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2일 중의원에서 주가 폭락과 엔고에 대해 “일본 경제의 기초적 조건에서 볼 때 다소 지나친 것으로, 과도하게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은 유로존도 마찬가지여서,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에 대해 4% 상승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시장 순응적 대응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마이너스 금리 적용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에 이런 발언도 중앙은행의 추가 조처에 대한 기대를 낳는 게 아니라 경기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공식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악재다. 11일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 주가가 13% 떨어지는 등 유럽 은행들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에너지주보다 은행주 추락세가 두드러진다. 초저금리로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역풍이다.

모든 불안의 종착점은 경기 침체 또는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이다. 옐런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손사래를 쳤지만, 선진경제권에서 홀로 잘나간다는 말을 듣던 미국 경제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미국의 산업생산이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한 게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본영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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