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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주공항 결항사태, 보름 전과 어떻게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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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체류객 위한 행정대처 신속…다각적 지원 펼쳐

노숙 사태 빚은 저비용항공사 발권시스템은 그대로

뉴스1

11일 제주공항에 보름만에 또 다시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면서 저비용항공사 체류객들이 12일 새벽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2016.02.12/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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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폭설로 인한 제주공항 마비 사태가 벌어진 지 16일 만에 또 다시 기상악화로 인해 무더기 결항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행정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당시의 대혼잡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저비용항공사의 대기표 발급제도로 인한 불편함은 그대로 재현돼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11일 오후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잇따라 발효되면서 항공기 56편이 결항되고 140편이 지연 운항했으며, 제주공항으로 오던 17편이 회항했다.

무더기 결항에 승객 1만여 명의 발길이 묶이면서 지난 폭설 대란을 연상케 했지만 대규모 노숙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 빨라진 행정대처…“폭설 대란 학습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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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제주공항 무더기 결항 사태로 인해 발이 묶인 이용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승객 80여명은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잠을 청했다. 2016.02.12/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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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항공사는 늦은 밤 특별기를 편성해 김포행 승객들을 24시간 운항하는 인천공항으로 수송하는 한편 문자메시지를 통해 결항 및 지연에 대한 정보를 승객들에게 알려 공항 장기 체류를 막았다.

특히 눈에 띈 점은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제주지방항공청이 결항 사태가 빚어지기가 무섭게 공항 내에 지원상황실을 설치해 신속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전세버스 2대를 동원해 교통편을 지원하고 숙소를 안내하는 한편 공항 내 의원과 약국을 연장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밤을 지새는 체류객 80여명을 위해 모포와 매트, 빵과 삼다수 등을 제공했다.

이날 딸과 함께 밤을 지샌 체류객 이모(49·여·서울)씨는 “모포와 매트까지 나눠줘서 놀랐다”며 “지난 폭설 사태에는 체류객들이 종이박스를 펼치고 잤다는데 이번에는 바로 지원이 이뤄져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 저비용항공사 선착순 대기로 인한 노숙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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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주공항에 보름만에 또 다시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면서 저비용항공사 체류객들이 발권창구 앞에서 대기표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016.02.12/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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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결항 사태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저비용항공사의 미숙한 발권시스템이 전혀 개선되지 않으면서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던 체류객들은 어김없이 불만을 토해냈다.

12일 자정에 만난 체류객 최모(28·여·인천)씨는 “12일자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들도 있기 때문에 대기번호를 받으려면 오전 6시30분부터 발권창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며 “결항 승객을 먼저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저비용항공사 발권창구 앞에 카트를 세운 채 줄을 서 있던 최씨는 “이해는 안 되지만 일찍 가기 위해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번에도 똑같은 사태가 빚어진 걸로 아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결항이 됐을 경우 예약시간에 따라 차례대로 자동 수속이 이뤄지지만, 저비용항공사는 대기하는 선착순대로 비행기에 오르게 한다. 때문에 빠른 순번을 받기 위한 체류객들이 공항을 떠나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9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제주에 놀러왔다 발이 묶인 강모(35·서울)씨 역시 저비용항공사 예약시스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결항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이용객들을 차례대로 보내면 될텐데 밤 11시가 되도록 ‘기다리라’는 말만 하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줄을 서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결항 사태를 해결하려는 액션을 전혀 취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게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이어 “내일 자 비행기를 타는 사람과 전날 결항된 사람들을 동일하게 경쟁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저비용항공은 서비스를 줄이는 거지 운항 자체에 대한 불이익을 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공항 마비사태가 빚어지자 국토부는 대기표를 받기 위해 노숙해야만 하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저비용항공사의 승객 안내 시스템 관련 매뉴얼 등을 빠른 시일 내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임시방편격의 개선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체류객들의 불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해제될 것으로 예고됐던 윈드시어 경보가 13일 오전 8시까지 연장되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 기상악화로 인해 부산에서 제주로 오는 진에어 항공기 2편이 결항됐으며, 지연 운항도 계속되고 있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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