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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Tour holic] 역사로 남을 하루, 당신이 묵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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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충남 아산 맹씨행단


명품 가방이나 신발에만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 있는 게 아니다. 여행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있다. 그러니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한정판 스테이'. 하루하루가 곧 역사다. 그러다 문 닫으면 그 자리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록의 '스테이'가 된다. 기록의 스테이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특별히 한·일전으로 꾸몄다. 한국 대표는 400년 된 전통의 유선관. 일본에선 1300년 역사의 호시료칸이 맞불을 놓는다. 바로 달려가시라. 당신이 묵는 하루, 그게 '역사적인 하루'가 될 테니까.

스님 객사로 쓰던 해남 '유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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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유선관


아, 이건 기록이다. 무려 400년 역사. 게다가 여관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의 여관. 그러니 유선관의 하루하루는 기록의 나날이다.

보통 해남을 찾는 사람들의 행선지는 두 갈래다. 한국차의 다성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말년을 보내며 한국차의 멋과 맛을 되살린 대흥사로 향하는 파가 하나요, 또 한 곳이 매화꽃이 만개한다는 보해매원이다. 대흥사를 찾는 이들의 루트는 이렇다. 총알처럼 사찰만 찍고 떠난다. 혹 책에서 초의선사 얘기를 좀 읽었다면 초의선사가 수행했던 사찰 위 암자를 찾아보고 가는 정도다. 아니다. 이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1박2일 총알 스테이'를 읽은 독자라면 모름지기 사찰 앞 한옥 여관 '유선관'에서 하룻밤을 청해야 한다.

물론 럭셔리하거나 명품 구조를 지닌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옛날 그대로다. 오히려 이게 마음에 위안을 준다. 갈라진 틈 하나에, 기울어 내려앉은 대들보에 400년 역사가 오롯이 배어 있는 거다. 주로 대흥사를 찾는 스님들이나 신도들을 위한 객사였다고 알려진 이곳. 모양새는 'ㅁ'자다. 대흥사 손님맞이용 방이던 유선관이 여관 영업을 제대로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부터다. 2000년 6월 해남 출신인 윤재영 씨(50)가 인수해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아궁이에서 보일러로 바꿨다. 하지만 외형은 그대로다. 요사채를 연상시키는 창호문의 객실과 뒷마당의 100여 개 장독대, 여기에 집 앞뒤로 계곡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운치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객실 숫자는 모두 9곳. 꼭 해봐야 할 것도 있다. 400년 역사의 이 여관 한복판인 마당 안쪽 장독대 뒤편에 놓인 평상에서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동동주에 파전을 먹는 일이다.

▶유선관 스테이 Tip〓없던 홈페이지가 생겨났다. www.yuseongwan.com. 묵무침, 굴비에 시래깃국까지 유선관의 밥상도 요즘 뜨고 있다. 가격은 1만원. 유선관 뒤 100여 개 장독대에서 바로 퍼와서 음식을 만들어낸다. 숙박비는 5만~15만원.

일본 VIP가 찾는 '호시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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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현 호시료칸


볼 것도 없다. 역사만으로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호시료칸(法師旅館). 호시료칸의 탄생은 무려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기 718년 무렵. 포인트는 일본 허리 부분인 이시카와현 고마쓰시 중심가. 여기서 10㎞가량 떨어진 곳에 아와즈 온천이라는 온천촌이 있다. 10여 개 료칸이 모인 이곳을 지나다 보면 특이한 건물이 있다. 현대식 료칸 건물 사이에 오랜 목조건물 같은 느낌의 료칸. 여기가 '명품 료칸' 호시료칸이다.

일본 3대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하쿠산 기슭에 위치한 이 호텔은 전통 목조 양식의 건물이 고풍스러운 데다 17세기 일본 최고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는 정원이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수령 500년이 넘은 고목도 여럿 정원을 지키고 있다. 천장 들보도 재건축이 이뤄진 에도시대(1603~1867) 초기 양식 그대로다. 불교색이 가득한 로비도 압권이다. 작은 연못과 언덕, 고목이 어우러진 정원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실(茶室)도 옛 모습 그대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료칸이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장은 호시 젠고로 씨. 무려 46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사장이 직접 일본 전통 다도 절차에 따라 차를 대접한다.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내에서도 VIP들만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역대 일왕을 포함해 19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였던 후쿠이 겐이치 등이 자주 찾는 은밀한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이 호시료칸의 1300년 역사를 깨고 일본 다른 료칸이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야마나시현에 있는 전통식 여관인 '니시야마 온천 교운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여관으로 기네스북이 인정한 셈이다.

▶호시료칸 스테이 Tip〓방문은 료칸 전문 사이트 '트래블휴' 등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호시료칸은 보통 2박3일에 1인당 220만원대 상품이 나와 있다. 별다른 프로그램은 없고 구조도 단순하다. 특이한 것은 정원 산책이다.

■ 꼭 둘러봐야 할 대한민국 最古여행 포인트

1. 가장 오래된 한옥 아산 맹씨행단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사위 맹사성에게 물려줬다는 맹씨행단(孟氏杏壇). 충청남도 아산의 외암마을에 있는 맹씨행단은 남한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으로 알려져 있다. 고택 안에 은행나무는 600년 넘은 것으로 맹사성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2. 100년 묵은 호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100년이 넘은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철도의 부속 기관으로 지어졌다. 외부 공간엔 2014년 호텔 개관 100년을 기념해 100년 된 팽나무를 제주에서 공수해와 심어놓은 게 있다.

3. 마지막 주막 예천 삼강주막

예천 풍양면 삼강리 나루터. 200년 넘은 듯 까만 나래를 펼친 회화나무 아래 네모난 토담 초가가 눈에 띈다. 낙동강 지류 '마지막 주막'으로 남은 삼강주막이다. 삼강은 내성천 금천과 낙동강이 합쳐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 메뉴는 배추전, 묵, 두부. 상상이나 가는가.

[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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