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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취재파일] 10톤 트럭이 지나가도 괜찮다더니…여성 가슴 보형물 왜 파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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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미용·치료 목적 실리콘겔 가슴 보형물 수술 급증

최근 몇 년 사이 여성들 사이에서 가슴에 실리콘겔 등을 넣는 가슴 보형물 수술이 부쩍 늘었습니다. 예쁜 가슴을 위한 미용목적의 수술도 늘었지만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절제한 가슴을 재건하기 위한 치료 목적의 수술도 늘었습니다.

암으로 인한 유방 재건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통계에 잡히지만, 미용목적의 수술은 건보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수술이 행해지는지 통계를 잡기 힘듭니다. 단지 수술용 보형물은 대부분 수입 제품이기 때문에 관세청과 식약처가 집계한 수입 통계를 보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겔 가슴 보형물의 경우 지난 2012년 수입금액은 1,490만 달러로 대략 178억 원 정도였지만, 2013년엔 1,630만 달러, 2014년에는 1,841만 달러, 우리 돈 220억 원으로 2년 새 23.6% 가량 증가했습니다.

● "10톤 트럭이 지나가도 안 터져요"…일부 성형외과서 과대 홍보

문제는 이 실리콘겔 보형물이 안전한 것 같지만 부작용이 의외로 많습니다. 취재진이 강남 성형외과 몇 곳을 직접 둘러본 결과 예전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성형외과는 여전히 부작용이 크지 않은 것처럼 말하거나 심지어는 ‘10톤 트럭이 지나가도 보형물이 안 터진다’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식염수가 들어있는 실리콘 막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일명 ‘코젤(cohesive gel)' 수술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코히시브 젤‘은 응집력이 높은 젤 형태의 실리콘으로 촉감이 우수하고 자연스러우며 겉이 손상되어도 내용물이 거의 새어 나오지 않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한 해 1천 건 넘게 보고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 '실리콘 겔' 보형물 파열 부작용 1,973건…63%로 가장 많아

그렇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가슴 보형물 수술을 하는 병원은 부작용 발생시 식약처에 의무적으로 내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3년~2015년까지 최근 3년간 보고된 ‘인공유방’ 부작용 건수는 모두 3,889건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3,131건이 실리콘겔, 758건이 실리콘막 보형물 수술 부작용입니다. 대부분의 부작용이 실리콘겔 보헝물에서 발생했는데. 유형별로 보면 제품 파열이 2,118건으로 6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구형구축 735건(23.3%), 모양변형 196건(6.3%), 주름과 염증이 각각 61건, 27건이었습니다.

구형구축이란 실리콘겔 보형물이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 이물질로 판단해 보형물을 얇은 막으로 둘러싸는데 이 막이 두꺼워지면 딱딱해짐을 느끼고 더 심해지면 가슴이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고된 건수가 이 정도이니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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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과정에서 뾰족한 도구로 밀어 넣으면 약해져 터질 수도…

실리콘 겔 보형물은 왜 터지는 걸까? 한 때 연예계에서 손으로 꽉 만져서 터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돌기도 했지만, 실제 악력으로 터지는 실리콘 겔 보형물은 불량이 아닌 한 없다고 봐야 합니다.

기자가 3년 전 한국화합융합시험연구원의 협조를 받아 실험한 바에 따르면 700kg 이상의 압력으로 짓눌러야 보형물이 터졌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터뜨리기 거의 불가하다는 말입니다. 일부 병원에서 트럭이 지나가도 안 터진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에 근거합니다.

이렇게 견고한 실리콘겔 보형물이 터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수술 과정에서 뾰족한 도구로 보형물을 밀어 넣을 때 그 수술도구와의 접촉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경우 터질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 임천일 연구관의 설명입니다. 그밖에 ‘외상 또는 가슴 부위에 강한 물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 ‘장시간 사용으로 보형물이 자연적으로 노화되는 경우’가 인공유방의 파열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으로도 알 수 있듯 가슴 부위에 압박을 가해 터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보형물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식약처 "인공유방 안전성·유효성 재평가"…상반기 중 결과 공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슴 보형물 수술에 대한 부작용이 이처럼 한 해 천 건 넘게 보고되면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형물의 안전성을 재평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파열, 모양변형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최신의 과학수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시 검증한다는 겁니다. 최신의 과학수준이란 수년 전에 허가된 보형물을 최근의 논문과 실험기법, 보고된 부작용 사례 등을 종합해서 다시 판단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재평가 대상은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 한국엘러간, 디메드, 암정메딕스, 기린코스코 등 5개 회사 7개 품목입니다. 식약처는 이달부터 각 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상반기 안에 평가를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여성의 몸속에 들어가는 것이니만큼 식약처의 철저한 검증과 재평가가 이뤄져 그 결과가 빨리 공개되기를 기대합니다.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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