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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용률 상승"이라는데 점점 더 곪아가는 취업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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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실업자ㆍ구직단념자ㆍ비정규직 증가 추세..내수까지 위협

아시아경제

통계청이 지난달 13일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제공한 정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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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의 "취업자 증가" "고용률 상승" 발표 이면에 자리잡은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ㆍ구직 단념자ㆍ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추세가 고용 환경은 물론 내수 경기까지 위협하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업자 가운데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9만7000명으로 전체 실업자(86만8000명)의 11.2%였다. 열심히 일자리를 찾는데도 반년 넘게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전체 실업자 10명 중 1명 이상이란 말이다.

실업자 구직 기간은 3개월 미만, 3~6개월, 6~12개월, 6개월 이상, 12개월 이상 등 5개 구간으로 나눠 조사하는데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을 장기 실업자로 본다.

월별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지난해 5월 9만9000명으로 2007년 9월(10만3000명)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뒤 6월(10만7000명), 7월(12만1000명) 연이어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8월(12만명), 9월(11만2000명), 10월(11만6000명), 11월(11만2000명), 12월(9만9000명) 등으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재작년에 비해선 훌쩍 커진 규모다.

2014년 12월 7만3000명에 불과하던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1년 새 2만4000명(32.9%) 늘었다. 비중으로 봐도 2014년 12월(8.2%)에 비해 3%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1년 내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끝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2월 46만9000명 수준이던 구직 단념자는 지난해 12월엔 50만1000명으로 불어났다.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세 또한 가파르다. 2014년 3월 591만1000명 정도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8월 현재 627만1000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고용통계는 나쁘지 않다.통계청의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는 259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3만7000명 늘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0.3%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58.7%를 나타낸 이래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3.6%로 2014년 대비 0.1%포인트 늘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가 우리 고용 환경 실상을 나타내는 측면에서 다소 느슨한 것이 사실"이라며 "고용률, 전체 실업률 외에 장기 실업자 등 다른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하면 고용의 질적인 부분에 대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환경 악화는 최근의 내수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안정에 따른 국민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소비 진작책 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굳이 선ㆍ후행 관계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고용 불안이 국민 소득 축소와 소비 위축, 경기 침체를 야기하고 경기 침체는 또 기업들의 투자 불안과 고용 불안 등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상식"이라며 "이런데도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 등 구호에만 매몰돼 본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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