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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리뷰]영화가 뮤지컬로 오니 이렇게 아기자기 '안녕! 유에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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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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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창작뮤지컬 '안녕! 유에프오'(작 김중원·곡 김예림)는 재기발랄한 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이은주, 이범수 주연의 동명 영화(감독 김진민·2004)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소극장 창작뮤지컬 무대에 맞게끔 아기자기하게 옮겨왔다.

발군의 캐릭터는 고철을 줍는 할머니 '복희'다. 우주의 어느 존재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빵상 아줌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분명한 이 캐릭터는 사실 외계인이다. 유에프오를 다루면서도 현실 문제에 좀 더 밀착한 영화에는 없던 캐릭터다.

뮤지컬에서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보유한 복희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발랄함과 유머를 담당한다.

영화와 뮤지컬은 가짜 라디오 방송인 '박상현의 뛰뛰빵빵'을 틀고 다니는, 음악을 좋아하는 154번 버스 막차 운전기사 '박상현'과 동거하던 남자친구에게 버림 받은 시각장애인 '최유경'의 사랑 이야기다.

자칫 침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영화에서는 수많은 개성 강한 인물들이 중화시켰다. 소극장 뮤지컬에서는 인물군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복희와 그녀를 좋아하는 부동산 주인 '강덕구'(영화에서도 나온다)로 리듬을 부여한다.

복희가 웃음코드만을 담당하는 캐릭터로만 그려지지 않은 점이 특기할 만하다. 우리 주변에 외계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복희가 타고온 유에프오와 유경이 그토록 찾던 유에프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복희가 고향과 통신을 하기 위해 번개전자를 계속 기웃거리는 모습도 웃음을 포함한 당위성을 준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종종 튈 때도 있는데, 긴장과 이완의 조율을 조금은 다듬을 필요가 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경이 열 살이던 1996년 여름, UFO를 통해 세상을 딱 한 번 본 이후 UFO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UFO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낯선 구파발로 이사를 오게 되는 등 전체적인 줄거리는 영화와 같다.

항상 유도복을 입고 다니는 소년을 부모가 매일 싸우는 집의 문학 소녀로 대체하고, 영화에서 아는 형이 운영하던 '번개 전자'를 친동생 '상구'가 맡는 것으로 변경하는 등 집중도를 높였다. 영화와 달리 아버지마저 떠난 상황으로 설정, 형제 간의 갈등과 우애를 깊게 만들 수 있는 밀도 역시 촘촘해졌다.

영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배우들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상현 역의 강기둥은 말 더듬는 버릇까지 추가해 캐릭터의 순박성을 살리면서도 노래와 춤이 더해지는 뮤지컬의 성격을 감안, 좀 더 몸을 쓰는 격렬한 상현을 만들었다.

이지숙의 유경은 신비감은 덜하지만 문학 소녀 '선아'를 대할 때 좀 더 딱 부러지는 성격을 보여주는 등 더 당차보인다. 복희 역의 김국희가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웃음보가 터지는 건 당연지사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박소영 연출은 '안녕! 유에프오'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 영화와 다르게 만들겠다는 강박 관념이 아닌, 영화의 장점인 정서를 가져오면서도 뮤지컬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부각시켜 대중성에 초점을 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작곡가 김예림씨가 작곡한 넘버들은 강렬하되 소극장에 넘치지 않을 만큼의 농도로 흥을 돋우고, 때로는 극대화된 서정성으로 영화와 또 다른 감성을 불어넣는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선정된 다섯 작품 중 하나다. 14일까지 아트원시어터 1관. 김대곤, 박란주, 김성철. 3만5000~5만원. LSM컴퍼니. 02-2644-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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