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여행] 오동통 대게야∼ 내게로 와다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바다를 끼고 있는 경북 울진은 여름이면 해수욕, 온천욕, 산림욕 등 삼욕(三欲)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겨울에는 날씨 탓에 이를 한 번에 즐기기 힘들지만 삼욕을 대체할 비장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는 ‘해산물 오형제’다. 추운 날씨를 대비하기 위해 해산물들이 지방을 많이 품고 있어 그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울진의 ‘제 맛’을 느끼기엔 풍경이 아름다운 여름보다 오히려 겨울이 제격일 수 있다.

세계일보

◆다리를 ‘똑’, 살이 ‘쏙’…대게

겨울에 울진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해산물은 무엇보다 대게다. 싱싱한 연안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경북 울진에서 먹어야 담백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다. 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 잡는데, 겨울철에 살이 오르고 맛도 최고다. 봄이 되면 살이 적어져 일명 ‘물게’로 불리게 된다.

세계일보

초보자들은 대게를 먹을 때 관절을 부러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관절을 부러뜨리면 다리에 있는 살을 빼먹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가위로 다리를 잘라 젓가락 등을 이용해 살을 파먹거나 껍질째 질겅질겅 씹어서 먹게 돼 대게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대게 다리 중 얇은 부분은 먹기가 힘들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게를 제대로 먹으려면 도구는 필요 없다. 양손으로 대게 다리를 잡고, 관절이 아닌 중간 부분을 똑 부러뜨리면 끝이다. 대게 다리를 부러뜨린 뒤 쏙 빼면 힘줄에 붙어 탱탱하게 오른 게살이 부끄러운 듯 붉은빛을 띤 채 모습을 드러낸다. 주저 없이 입 안에 넣으면 ‘니들이 게 맛을 알아’란 유행어가 절로 생각난다. 오감만족이 따로 없다. 대게 다리 중 두꺼운 부분이나 얇은 부분 모두 같은 식으로 먹으면 된다.

세계일보

대게는 몸통 길이가 9㎝ 이상 돼야 판매를 하는데, 요즘 울진에선 9㎝짜리가 마리당 1만2000∼1만5000원(식당가) 정도, 12㎝ 이상은 2만∼3만원선이다. 대게 몸통에 비벼먹는 볶음밥도 잊어선 안 된다. 그래도 배가 차지 않는다면 대게라면이 기다리고 있다. 배가 부르더라도 맛을 보는 게 좋다.

집에서 대게를 쪄 먹는다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대게를 찔 때 등 껍질을 아래로 해서 쪄야 한다. 먹을 때도 뒤집어서 먹는 게 좋다. 반대로 찔 경우 몸통 내 수분이 흘러내린다.

세계일보

◆가짜 대게 아닙니다…홍게

최근 트럭에서 홍게를 판매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크기도 작고, 막상 사서 먹으면 맛도 별로다. 살도 별로 없는 데다 비린맛이 강할 때도 많다. ‘만원에 세 마리.’ 홍게에 대한 이미지를 매우 ‘저렴’하게 만들었다. ‘만원에 세 마리’는 경매 시 시장가치가 없는 홍게를 무더기째 몇만원에 사서 판매되는 것들이다. ‘쭉정이’다. 이를 먹고 ‘홍게는 가짜 대게여서 맛이 없어’라고 하기엔 억울하다.

세계일보

대게와 붉은대게 비교


울진에서 본 홍게는 많이 다르다. 일단 명칭이 붉은 대게다. 크기도 대게와 차이가 없다. 트럭에서 판매되는 홍게와는 비교를 당당히 거부한다. 등 껍질 쪽만 보면 홍게가 좀 더 붉긴 하지만 대게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뒤집으면 대게는 하얀 반면 홍게는 붉다. 먹는 방법은 대게와 똑같다.

맛은 담백함이 대게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 이 차이가 대게와 홍게의 가격차를 만든다. 같은 크기 대게에 비해 5000∼1만원가량 싸다. 그래도 사람 입맛은 다르다. 오히려 홍게 살이 대게보다 더 달게 느껴질 수 있다.

세계일보

홍게의 매력은 탕에서 나온다. 깔끔하게 게살을 빼먹은 후 남은 껍질을 버리지 말고 얼큰하게 끓이면 우러나온 국물 맛이 대게보다 더 낫다. 대게는 수심 100∼200m의 연안에서 잡히고, 홍게는 독도 근처 수심 1000m 이상 되는 곳에서 잡히다 보니 ‘내공’에서 오는 차이일까 싶다.

대게와 홍게를 먹어보고 싶지만 가격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2월27일부터 3월1일까지 울진 후포항에서 열리는 ‘2016 울진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가 기회다. 축제 때 사먹으면 물론 비싸다. 하지만 후포항 축제에는 공짜로 맛볼 수 있는 무료시식 프로그램이 있다. 한 사람에게 반 마리 정도의 대게 또는 붉은 대게를 나눠 준다. 배를 채우진 못하더라도 울진 대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무료 시식 외에도 대게 수제비, 칼국수 시식, 대게 퓨전요리 판매, 관광객 특별 경매 등의 행사가 열린다.

세계일보

◆우리도 있다…줄가자미회, 문어, 곰치탕

줄가자미는 ‘이시가리’로 불린다. 다른 계절엔 뼈가 굵어 살만 발라 회로 먹어야 하지만 겨울에는 뼈째 먹을 수 있다. 겨울에 뼈째 먹는 줄가자미회는 오래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하다. 다만 쉽게 잡히는 생선이 아니다 보니 가격이 비싸고, 식당에 미리 문의를 하고 가야 한다. 겨울철에는 ㎏당 18만원 정도에 팔린다. 평소에는 10만원 수준이다. 배쪽이 분홍빛일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세계일보

줄가자미를 부르는 ‘이시가리’란 말이 돌가자미를 뜻하는 일본어 ‘이시가레이’에서 넘어오다 보니 일부 상인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돌가자미를 ‘이시가리’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다. 줄가자미는 이름대로 아가미부터 꼬리까지 몸통 가운데 부분에 확연히 줄이 그어져 있고 등 전체에 작은 돌기가 줄지어 퍼져 있다.

세계일보

울진에서 잡히는 문어는 붉은빛이 진하다. 겨울이면 쫄깃쫄깃함이 더하다. 후포항이나 죽변항에서는 문어볶음을 판매하는데 오징어, 낙지와 비교해 식감이 더 좋다. 경북 지역에서는 명절이나 제사 음식으로 문어를 올리다 보니 울진에서 잡힌 문어는 경북 지역에서 대부분 팔려 서울 등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세계일보

김치를 넣어 끓인 곰치탕은 얼큰해 해장에 그만이다. 해장하려다 오히려 술을 더 마시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미다. 곰치탕은 지역별로 들어가는 생선 종류가 다르다. 울진의 곰치탕은 지역에서 물곰 등으로 불리는 생선을 가지고 끓이는데 정식 명칭은 ‘미거지’다. 살이 흐물흐물해 예전엔 어민들이 ‘재수없다’며 버리던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대우가 다르다.

세계일보

검은 색의 수컷 미거지가 황색의 암컷 미거지보다 더 비싸다. 곰치라는 생선은 제주 부근에서 잡히는 장어와 비슷한 모양의 생선을 말한다. 미거지는 이보다 훨씬 몸통이 크다. ‘미거지탕’이라고 해야 정확하지만 이름이 뭐 중요할까. 맛만 좋으면 최고지.

울진=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