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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후쿠시마 5년… 사람·車 늘었지만 복구는 겨우 '1부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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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 오염수 매일 300t 발생

저장 공간 1~2년 뒤엔 꽉 차… 지하수 차단벽 세웠지만 미봉책

- 사용후핵연료도 대부분 그대로

원자로 1~4호기 중 4호기만 수습… 반나절이면 年 개인 피폭량 도달

- 하루 8200명 투입… 3년새 2배로

'유령 벌판' 시골길엔 차량 북적… 오염 제거 작업에 속도 붙어

시골길이 새벽부터 붐볐다. 크고 작은 트럭·버스·승합차가 2차선 도로를 꽉 메우고 북쪽으로 달렸다.

이곳은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楢葉町). 5년 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벌어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앞이다. 당시 이곳에선 진도 9의 강진으로 원자로 속 핵연료가 녹는 '멜트다운'이 벌어졌다. 반경 30㎞ 이내 주민들이 입던 옷 그대로 고향을 떴다. '유령 벌판'을 방불케 하던 곳인데, 지금은 어느 방향을 보나 차가 달리고 사람이 움직였다. "도쿄전력 직원 1200명, 원전 노동자 7000명 등 총 8200명이 날마다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 출퇴근합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3000~4000명 수준이었습니다. 직원 숙소와 사무동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오카무라 유이치 도쿄전력 대변인)

도쿄전력이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11일) 5주년을 앞두고 후쿠시마 제1원전을 공개했다. 사고 직후와 비교할 때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변화는 원전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옛날처럼 얼굴 전체를 가리는 대형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자로 주변 등 일부 구역에 근무하는 인력을 빼면, 대부분의 인력이 방호복과 함께 코와 입을 가리는 방진마스크만 착용했다. 원전 오염 제거 작업이 그만큼 진척됐고, 속도가 붙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 65만t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능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을 작년 여름에 마쳤다.

또 원자로 1~4호기 중 4호기에서 사용후연료봉을 모두 꺼냈다. 지금은 3호기를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꺼내는 한편, 건물 상부에 돔 모양 구조물을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자로 1호기와 3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켰을 때 생긴 건물 잔해를 상당 부분 치웠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원전 내부도 시멘트로 포장했다.

조선일보

10일 방호복에 방독면을 착용한 도쿄전력 직원이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직원 뒤로 원전 폭발 사고 당시 잔해들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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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성과도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도쿄전력의 분석이다. 오노 아키라(小野明) 후쿠시마 제1원전 발전소장이 "후쿠시마 원전 폐로는 30~40년 걸리는 작업이고, 등산에 비유하면 이제 간신히 1부 능선에 왔다"고 했다.

가령 오염수의 경우, 삼중수소만 빼고 다른 건 다 걸러냈다는 건 거꾸로 '삼중수소는 그대로'란 의미다. 과거보다 덜 해로울 뿐 오염수인 건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전부 원전 안에 가둬놓고 관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오염수가 매일 300t씩 한 달에 1만t꼴로 추가로 발생한다. 어디에나 내리는 눈·비·이슬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 내리면 오염수가 되는 탓이다. 원전 땅 밑을 흐르는 지하수도 마찬가지다.

이걸 계속 정화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정화하고 난 물을 보관하는 것도 문제다. 도쿄전력이 확보한 오염수 저장공간은 85만t인데, 이미 75만t 정도 오염수가 들어 있어 1~2년 뒤면 꽉 찬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현재 오염수 저장공간을 95만t으로 늘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하수가 원전 내부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땅을 얼리는 '동토 차수벽'도 만들었다. 작년 9월부터는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 미만으로 최대한 떨어뜨린 오염수를 한 번에 수백t씩 드문드문 원전 앞바다에 흘려보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다만 이 중 어느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지금까지 도쿄전력은 원자로 1~4호기 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경미했던 4호기만 내부를 수습했다. 이와 달리 원자로 1~3호기는 내부에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원자로 주변 일부 지역은 반나절만 서 있으면 일본 정부가 정한 연간 개인 피폭 한계치(1밀리시버트)에 도달할 만큼 방사선량이 강하다. 이것도 방호복을 갖춰 입었을 경우다. 따라서 작업자들도 일정시간 일한 뒤에는 반드시 사고 지역 밖으로 나와야 한다.

주변 지역 부흥도 난제(難題)로 남아 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인근 마을 주택과 농토에서 오염 제거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미 주민들의 귀환이 허락된 곳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사람 사는 집보다 빈집이 훨씬 더 흔해 보였다.

이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려고 도쿄전력은 작년 5월 지역 농산물을 쓰는 구내식당을 원전 안에 새로 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현이나 원전 구내식당 말고 다른 데서도 여기서와 똑같이 제값 받고 맛있게 먹히고 팔릴지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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