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제작된 장수돌침대 광고에 등장한 최모씨(왼쪽)와 이 회사의 최창환 회장. [유튜브 캡처] |
각종 행사장에서 내레이터 모델로 활동하던 최모(42)씨는 1999년 우연히 방송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다. 돌·흙침대 제조업체인 장수돌침대 광고였다.
회사 측은 원래 하기로 한 사람이 당일 갑자기 펑크를 냈다고 했다. 최씨는 촬영 장소인 서울 삼성동까지 단박에 달려갔다.
당시 25세였던 최씨의 배역은 사무실에 앉아 전화를 받는 상담원이었다. 대사도 있는 제법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모델료로 25만원을 받은 최씨는 이듬해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최씨가 찍은 광고는 17년간 꾸준히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방송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받은 돈은 처음의 25만원이 전부였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광고 제작을 처음 해본 기업 경영자와 초짜 모델의 ‘엉성한’ 계약 때문이었다.
최씨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모델 계약에 대해 잘 몰랐다. 장수돌침대 최창환(63) 회장과 계약서를 썼는지 여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그는 결혼 후 지인들로부터 이따금씩 “너 지금도 TV 광고에 나오더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TV에 얼굴 나오면 좋지”라고 단순하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며 뭔가 손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2006년 장수돌침대 마케팅팀에 전화를 걸어 ‘왜 아직도 내 얼굴이 광고에 나오는 거냐’고 항의했다. 회사 측이 ‘일단 만나자’고 했으나 임신 중이었던 최씨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2~3년 전 중국 출장을 다녀온 동생이 최씨에게 “장수돌침대 중국 광고판에 누나 사진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시댁에서는 “정말 돈을 안 받은 게 맞느냐”는 의심까지 했다.
최근 최 회장이 3년 전 인터뷰에서 “17년 전 급하게 방송 광고를 만들었는데 당시 광고 모델과 종신계약을 맺고 30분 만에 찍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최씨는 지난 1월 장수돌침대 측에 계약 내용 증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최씨는 “종신계약을 맺은 기억이 없고 맺었다 하더라도 17년째 아무 연락도 없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최 회장은 본지에 “당시 둘 다 광고 초보여서 그냥 ‘계약 기간 없이 가자’고 얘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늦었지만 작은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최씨는 “금전적인 보상보다도 회사 측의 해명과 사과가 듣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대화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홍상지 기자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당신이 꼭 알아야 할 7개의 뉴스 [타임7 뉴스레터]
ⓒ 중앙일보: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