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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94세 ‘아우슈비츠의 살인 기계’ 법정에 세운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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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닝, 17만 명 처형에 가담한 혐의

다른 나치 대원 3명도 이달 말 재판

중앙일보

하닝


재판정에 나온 3명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은 당시를 “생지옥”이라 기억했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데트몰트시에서 열린 나치 친위대원(SS) 라인홀트 하닝(94)의 재판자리였다. 독일에서는 90대에 접어든 나치 친위대원 4명의 재판이 예정돼 있는데, 이날 하닝이 첫 번째 심판대에 섰다. 검찰은 그를 “아우슈비츠의 살인 기계”라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아우슈비츠에서만 110만 명이 희생됐다.

이날 재판은 3명의 증인 등 40여 명의 아우슈비츠 생존자와 친척들이 참석했다. 검찰은 1943년 1월부터 44년 6월까지 하닝이 아우슈비츠에서 일하며 17만 명의 처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하닝은 18살 때 2차대전에 참전해 동부유럽 전선에서 싸웠고 이후 아우슈비츠 관리대원으로 복무했다. 변호인 측은 그가 나치의 ‘방조범(幇助犯)(accessory)’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증인으로 나선 어나 드 브리스(93)는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가스실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 19살이던 그녀는 “사람들이 가스실에 끌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죽기 전에 태양을 한 번 더 보고 싶을 뿐이었다”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녀는 가스실로 끌려가기 직전에 나치가 강제노동형을 결정하며 목숨을 건졌다.

레온 슈바르츠바움(95)도 발가벗겨져 가스실로 향하던 수용자들의 비명을 떠올리며 “생지옥이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시체를 태우는 곳에서는 굴뚝에 연기가 그칠 날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저스틴 존더(90)는 “정의 구현에는 때가 없다”며 “그가 94세일지라도 재판에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그의 재판 결과는 4월에 나올 예정이다. 나치 대원이었던 다른 3명의 재판도 이달 말부터 열린다. 독일은 2011년부터 나치의 대량학살에 관여한 이들을 재판에 세우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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