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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그 길 속 그 이야기 <70> 북한산둘레길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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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1000그루 넘는 솔 향 솔솔~ 독립운동 역사의 향기도 넘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koreatrails.or.kr·이하 걷기여행길 포털)’은 전국 540개 트레일 1340개 코스의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의 걷기여행길 홈페이지다. 201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6년 1월까지 120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이달의 추천 길’ 2월의 주제는 바로 이 홈페이지에서 비롯됐다. 이달의 추천 길 선정위원회가 서비스 개시부터 현재까지 2년 4개월 동안 걷기여행길 포털의 조회 수를 분석해 전국 트레일의 인기 순위를 매겼다. 조사 결과 북한산둘레길 1코스가 조회 수 7만2597회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2016년 1월 25일 기준). 연재기획 ‘그 길 속 그 이야기’의 70번째 주인공으로 북한산 둘레길 1코스가 등장한 까닭이다.

국민이 사랑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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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1코스는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소나무를 볼 수 있어 ‘소나무숲길’로 불린다. 1코스 끄트머리에 있는 솔밭공원에 10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모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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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길 포털의 조회 수 분석은 다소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1위 북한산둘레길 1코스를 비롯해 상위 10위 안에 서울지역 트레일이 7개나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서울 한양도성길 1코스(조회 수 6만1225회)와 2코스(5만9436회)가 나란히 2,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마포난지생명길(4위), 인왕산 자락길(6위), 북한산둘레길 8코스(8위), 안산자락길(10위)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상위 100위 안에 서울지역 트레일이 38개나 들어 있었다.

반면에 제주올레·지리산둘레길·강릉바우길 등 지방의 인기 트레일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제주올레 중에서는 1코스가 9위에 올라 가장 순위가 높았고, 지리산둘레길도 1코스가 16위로 제일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강릉바우길 중에서는 40위에 오른 ‘대관령 국민의 숲길’의 순위가 가장 높았다.

박형관 한국관광공사 관광레저팀장은"조사 결과는 서울시민이 가장 자주 걷기여행길 포털을 이용한다는 점과 접근이 비교적 쉬운 지역의 트레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며 “또 지방의 유명 트레일은 대부분 자체 홈페이지를 잘 활용하고 있어 이번 조사에서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각 트레일의 1코스가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도 눈에 띄는 결과였다. 북한산둘레길 1코스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한양도성길·제주올레·지리산둘레길·해파랑길 등 다수의 코스를 거느린 대형 트레일의 1코스가 다른 코스보다 조회 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제주올레는 7코스가 가장 대중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순위는 17위에 그쳤다. 제주올레 1코스의 조회 수는 3만4249회이었으나, 7코스는 2만8290회였다.

윤문기 이달의 추천길 선정위원은 “1코스의 조회 수가 다른 코스보다 많은 것은 걷기여행 초보자가 걷기여행길 포털을 자주 이용한다는 뜻”이라며 “걷기여행 매니어의 경우 정보를 직접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풀이했다.

그렇다고 걷기여행길 포털의 조회 수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북한산둘레길의 인기에서도 확인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산둘레길 이용자는 모두 258만6326명이었다. 이 중에서 1코스 이용자가 13만8509명(5.4%)였다. 걷기여행길 포털 순위에서 북한산둘레길은 모두 14개 코스가 100위 안에 들어 있었다. 제주올레는 18개 코스, 지리산둘레길은 5개 코스가 있었다.

동네 산책길 - 1코스

북한산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이루어진 북한산 국립공원을 한바퀴 도는 대형 트레일이다. 전체 코스는 21개이고, 전체 길이는 71.5㎞에 이른다. 북한산둘레길 1코스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쪽 우이령 입구에서 덕성여대 앞 솔밭 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3.1㎞ 구간이다.

북한산둘레길은 코스마다 별명이 있다. 이를테면 1코스는 ‘소나무숲길’이라고 한다. 북한산에서 소나무가 가장 많은 지역을 1코스가 통과해서다. 북한산 나무는 대부분이 참나무다. 그러나 이 일대에만 10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모여 산다.

1코스는 북한산둘레길 중에서도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동네에 난 마실길처럼 길이 평탄하다. 해발 20∼100m를 오르내린다. 1코스가 시작하는 우이동 입구에서 600m쯤 올라가면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분소가 나오는데, 여기에서부터 산자락과 마을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길이 이어진다. 우이동 뒷산을 걷다 보면 어느새 주택가로 들어서고, 골목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명색이 북한산 국립공원에 조성된 길인데, 북한산을 상징하는 인수봉보다 북한산 아래에 늘어선 주택이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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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각은 천도교 교주 손병희 선생이 3·1운동을 구상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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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는 원래 우이동·수유동·미아동 등 동네 주민의 산책길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배드민턴을 치러 나왔거나 가벼운 산보를 나온 동네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동네 사람은 복장만 봐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이면 동네 사람이고, 화려한 색깔의 등산복 차림이면 북한산둘레길을 걸으러 일부러 찾아온 외지 사람이다.

1코스의 명소라면 우이분소 맞은편의 봉황각과 손병희 선생 묘소를 들 수 있다. 봉황각은 이름만 보면 사당이나 사찰의 부속 건물 같지만, 실은 의암 손병희(1861∼1922) 선생이 3·1운동을 구상한 장소다. 봉황각은 민족종교 천도교의 교육기관으로 1912년 손병희 선생이 건립했다. 기와를 얹은 2층 한옥건물이 건립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준용·문병석·안찬복 등 봉황각에서 교육을 받은 애국지사 483명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런데 왜 이 구간이 북한산둘레길을 시작하는 첫 번째 코스가 됐을까. 북한산 국립공원 김준석 안전방재과장은 “지난 69년 1·21 사태 이후 통제됐던 우이령길을 북한산둘레길 완성에 앞서 2009년 먼저 개방했는데 우이령길 끝자락인 우이동에서 시계방향으로 둘레길 번호를 붙이다 보니 소나무숲길이 1코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역사의 길 - 2, 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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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코스 ‘순례길’ 쉼터에서 바라본 4·19 국립묘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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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 이상 3.1㎞ 길이의 1코스만 걷는 건 아무래도 아쉽다. 내친김에 2코스와 3코스에도 도전한다. 그래 봐야 얼마 안 된다. 솔밭 근린공원에서 이준 열사 묘역 입구까지 2코스는 2.3㎞ 길이고, 묘역 입구에서 북한산 생태숲까지 3코스도 4.1㎞에 불과하다. 1∼3코스를 내리 걸어도 9.5㎞밖에 안 된다. 3개 코스를 다 걸어도 4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북한산둘레길 2, 3코스의 인기도 1코스 못지 않다. 아니 이용자 수를 보면 2, 3코스가 1코스보다 더 많다. 지난해 2코스 이용자는 21만8447명(8.4%)였고, 3코스 이용자도 18만3464명(7.1%)였다. 두 코스 모두 1코스(13만8509명)보다 이용자가 많았다. 걷기여행길 포털의 조회 수에서는 2코스가 23위, 3코스가 22위였다.

2코스의 다른 이름이 ‘순례길’이다. 이름처럼 2코스는 역사적으로 뜻 깊은 장소를 두루 거친다. 2코스에만 모두 12기의 순국선열 묘소가 있다. 무엇보다 4·19 국립묘지가 2코스에 있다. 2코스 초입에서 5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에 서면 4·19 국립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60년 이승만 정부에 반대하며 분연히 일어섰던 민주열사 237위가 여기에 잠들어 있다.

전망대에서부터 3코스 중반까지 북한산을 휘감는 2.5㎞ 길이의 길에 순국선열의 묘소가 줄지어 있다. 김창숙·이시영·김병로·이준·신익희·신하균·조병옥 등 애국선열은 물론이고 광복군 17위를 모신 합동묘지도 있다. 어떤 묘소는 길에 붙어 있고, 어떤 묘소는 산 속에 들어가 있다.

왜 강북구에 이렇게 많은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을까. “이 일대에서 일본 헌병과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이 전해옵니다. 손병희 선생의 봉황각도 있었고요. 이 일대는 독립운동의 요람이었습니다. 인근에 조선 왕릉(정릉)도 있습니다. 풍수로도 좋은 묘 자리라는 뜻이겠지요.”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시설과 한완재 주임의 설명이다.

순국선열 묘소를 지나고 나면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에 다다른다. 3코스 ‘흰구름길’의 랜드마크인 구름 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구름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이름처럼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걷는 내내 보였다 숨었다를 반복했던 인수봉도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냈다. 불암산과 수락산도 성큼 다가와 있고, 날이 맑으면 저 멀리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과 유명산도 내다보인다고 한다. 가위 북한산둘레길 최고의 전망 포인트라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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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정보= 북한산둘레길 1∼3구간은 대체로 평탄하고 데크로드도 깔려 있어 걷기에 편안하다. 등산복장을 갖추고 걷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추위를 막아줄 편안한 옷차림만 해도 문제가 없다. 2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가 있다. 북한산둘레길 관련 책자를 살 수 있다. 1구간이 시작하는 우이동 쪽 우이령 입구 인근에 시내버스 120·144·153번 종점이 있다. 버스 종점에서 5분만 걸어 들어가면 우이령 입구다.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ecotour.knps.or.kr/dulegil) 02-900-8086.

[관련 기사] │ 이 달의 추천 길 <2월>

전국 트레일 인기 순위

글=손민호·이석희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손민호.이석희.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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