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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北, 30분 남기고 "나가라"… 사실상 맨몸으로 쫓겨난 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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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성공단 자산 동결·폐쇄 기습 조치

북한이 11일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공단 내 우리 자산을 전면 동결하는 강경조치를 발표한 것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북한의 조치는 우리 정부의 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에 맞먹는 강경한 대응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에 사전통보 없이 오후 5시(평양시 4시30분)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우리 측 인원의 전원 추방을 통보하며 시한을 5시30분으로 못박았다. 추방 종료 시한 30분을 앞두고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 기업이 철수를 시작한 첫날 공단 폐쇄와 자산 동결, 군사통제구역 선포 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미처 공단 내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최고 수위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단에 들어간 우리 측 트럭은 업체당 한대뿐이었다.

세계일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에 맞서 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 및 자산 동결을 선언한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입구 도로에서 공단을 다녀온 트럭에 가득 실린 화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옆으로 기울어지고 있다.(왼쪽 사진) 조선중앙TV가 이날 개성공단 폐쇄 등의 내용을 담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보도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우리 측의 전력·용수·통신 시설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다. 정부는 유사시 북측이 우리의 기반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불능화 조치’를 취하도록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으나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보안에 대한 불능화 조치는 마무리했다”며 “단전은 원격시스템을 활용해 정부 방침이 내려오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은 바로 단전이 가능하지만 용수는 시설 불능화 조치 작업에 2∼3일이 걸린다. 개성공단에 용수를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공단이 폐쇄됐던 2013년 당시 정배수장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불능화와 시설 봉인 등의 조치를 완료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약 70일 동안 지속된 단수 조치 이후 북측은 우리 측의 봉인을 해제하고 수개월 동안 하루 평균 1만6300t의 물을 사용했다.

북한의 전면적 자산동결 조치로 우리 기업은 완제품은 물론이고 원부자재를 대부분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나왔다.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향후 우리 기업이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과 각종 사용료를 포함한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동결한 우리 측 자산과 기업의 물품을 미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고위 관료는 “협상이 시작되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저임금을 문제 삼아 국제적 기준에 맞는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그동안 남한에 알려지지 않은 북측 근로자들의 산재사고에 대한 보상비 등 갖가지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며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비롯한 미수금과 우리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이 남북 간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으나 지금 분위기에서는 협의 자체가 열리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 간 소통 창구인 판문점 연락통로까지 폐쇄한 것은 남북관계의 상징적 공간인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조치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평통은 성명에서 우리 정부의 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대해 “남북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선언”이라고 했다. 공단 중단 및 남북 간 긴장 고조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한 것이다.

조평통이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도 당분간 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조평통 성명은 “개성공업지구를 전면중단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 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와 자산동결 조치 카드를 쓴 만큼 이제 마땅히 쓸 카드는 없으므로 개성공단을 넘어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각종 상징적 조치들을 내놓으며 대남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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