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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인슈타인 예언’ 중력파 100년만에 검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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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유럽 연구단 12일 각각 발표

미 라이고팀 성공 소식에 기대감


한겨레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설치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사진/라이고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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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중력파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 것일까.

중력파 연구를 지원해온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9일 성명을 내어,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를 비롯한 중력파 연구단이 11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각 12일 새벽 0시30분) 워싱턴에서 중력파 검출 노력의 최신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이탈리아 피사에서도 유럽중력관측소(EGO)와 프랑스-이탈리아 합동연구팀인 버고(VIRGO)가 중력파 검출의 업데이트된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버고가 9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처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충돌해 합쳐지면서 생긴 엄청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면서 우주 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에너지 파장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처음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한 이래, 과학자들은 수십년 동안이나 그 실체를 확인하려 애써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달새 세계 물리학계에선 라이고 팀이 중력파 측정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기대감을 높여왔다. 영국 버밍엄대의 알베르토 세사나는 9일 <가디언>에 “라이고는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한 유일한 팀이므로 그것을 검증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도 “라이고는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그들이 명징하고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이고 팀의 중력파 검출은 거울을 장착한 길이 4㎞의 진공 터널 2개를 ‘ㄱ’ 자로 맞대고 각각 양쪽 끝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왕복시킨 뒤, 먼 우주에서 온 중력파가 레이저를 건드릴 때 일어나는 패턴의 변화와 시간 차이를 광검출기가 잡아내는 원리다. 페드로 페레이라 옥스퍼드대 교수는 “사람들이 엄청 흥분돼 있다. 소문에 따르면 엄청난 시그널로, 명료하고 환상적이다”고 말했다.

프랑스 천문학자 카트린 망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제 우리는 우주를 관찰할 때 더이상 자외선이나 적외선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시공간 속 거대 천체들의 중력파 효과로 만들어지는 파장 신호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그런 파장은 멈추지 않고 곧장 우리에게 오므로, 그 신호들을 검출하고 판별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밀한 시간은 세슘 원자의 전자기파 진동수로 측정하는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가속도가 빠르거나 중력이 강하면 진동수가 늘면서 외부 관찰자가 볼 때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등속도 운동에 적용되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더 나아가 가속도로 운동하는 관찰자에게도 모든 물리법칙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게 뼈대다.

빠른 가속도와 강한 중력은 물리학적으로 같은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이 엘리베이터 상상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 관성계에서 갑자기 운동 속도를 더하면 내부 관찰자는 운동 방향과 반대쪽으로 중력이 더 커졌다고 느끼게 되는 이치다. 강한 중력이 빛의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붙잡기도 한다는 사실(블랙홀)은 이제 상식이 됐지만 중력파는 좀체 검측되지 않았다.

천체물리학계는 우주의 비밀을 감춘 중력파의 존재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1993년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자 2명이 쌍성 펄사(초신성 폭발 후 생긴 2개의 중성자별)가 궤도 에너지를 잃어 서로 가까워지는 현상을 발견해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어 2014년에는 미국의 또다른 연구팀이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발표했으나 우주 잡음 신호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확인된 해프닝도 있었다.

중력은 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과 함께 자연의 4대 힘이지만, 미시 세계에선 가장 약한 힘이다. 중력파가 극히 미세한 파동이어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데다, 감지기의 정밀도, 우주먼지 등 다른 간섭, 데이터 해석 오류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중력파의 존재 증명은 극히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과학계는 중력파의 검출이 확인될 경우 블랙홀, 별들의 탄생, 은하 충돌 등 우주의 시원을 더 자세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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