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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 혹한에도 美뉴햄프셔 예상밖 투표행렬…주자들 '한표라도 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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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사상최고 투표율 예감"…아침일찍부터 투표행렬 분주

연합뉴스

(맨체스터<美 뉴햄프셔주>=연합뉴스) 노효동 김세진 특파원 = "결전이 날이 왔다".

영하 5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주 전역 300곳의 선거구에 마련된 각 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전날 밤까지 휘몰아쳤던 눈보라와 강풍이 투표당일 아침 잦아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살을 에는 혹한의 날씨였고 켜켜이 쌓인 눈으로 도로 사정은 최악이었다. 그러나 투표소 현장에서 지켜본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예상 밖으로 높았다.

이날 오전 8시께 맨체스터 중심가 웹스터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오늘 눈보라가 치고 강풍이 불었어도 투표를 하러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투표를 하러 나온 브라이언 위트모어 부부는 "대통령 선거는 중요하고 투표는 시민의 의무"라며 "투표는 새로운 길을 내고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표소 밖에서 출구조사를 하는 20대 여성은 "오늘 날씨가 안 좋아 투표를 하러 많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투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멘체스터 선관위 주디 바이텔리는 "시 당국이 밤새 제설작업을 해 투표를 하러 나오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글로브 등 지역 언론은 이번 프라이머리의 투표율이 사상 최고기록을 갱신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투표율은 1992년의 61%이었고 8년전인 2008년의 경우도 60.2%에 달했다.

이날 프라이머리에는 약 55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언론의 관측이다. 전체 유권자 규모를 약 90만 명으로 추산해볼 때 역대 최고투표율을 웃돌 수 있다는 게 선관위 직원들의 설명이다.

50여년간 프라이버를 지켜본 선관위 직원인 짐 켈리(70)는 "이번에 투표율이 높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유권자들이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높은 투표열기 속에서도 질서정연하게 한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구에 들어선 유권자들은 진행요원에게 이름과 주소만 말하고는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한표를 행사했다. 신분증이 없어도 투표가 가능하고, 선거구가 다른 지역에서 온 주민이라도 소정의 서류만 작성하면 누구든 한 표를 던질 수 있다.

또 `무소속(undeclared)'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입장하면서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표를 던지고 싶은 정당을 밝히면 그 자리에서 일시적으로 해당 정당의 당원 자격이 부여된다. 이후 기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별도로 마련된 `무소속 복귀(Return to undeclared)' 코너에서 신고를 하면 다시 당원자격을 내놓을 수 있다.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선관위 직원인 바이텔리는 "뉴햄프셔인들은 정말로 진지하고 그냥 투표를 하지 않는다"며 "타운홀 미팅이나 집회현장에 반드시 참석하고 후보들에게 궁금한 것을 꼭 물어보고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대선 경선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비교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바이텔리는 "코커스와 달리 여기서는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일부 선거구에서의 '동전 던지기' 덕에 경쟁 주자 버니 샌더스를 이겼다는 논란을 거론한 것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원으로 샌더스를 찍었다는 한 부부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명 TV 탤런트인 테드 댄슨은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나는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날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주내 주요 도시의 투표소와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유권자들을 격려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마지막 한 표가 행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침 일찍부터 뉴햄프셔 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소들을 방문했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오전 6시에 웹스터 초등학교 투표소의 문이 열리자마자 투표소를 찾아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맨체스터의 한 식당을 방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가 한 청중의 비속어를 되받아 사용하며 자신을 비난한데 대해 "아이오와에서 패배해 기분이 안좋은 트럼프의 반응은 결국 소리지르거나 남을 모욕하기"라며 "나는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식당 순례에 나선 존 케이식 주지사는 식사중인 주민들에게 "원하지는 않지만 귀찮게 해드려야겠다"며 투표를 했는지 물었고, 트럼프의 맏딸 이반카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들을 찾아다니며 아버지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주요 투표소 주변에는 각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장면도 흔히 목격됐다.

맨체스터 고슬러파크 초등학교 투표소 앞에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 한 명만이 자신의 목 높이까지 올라오는 대형 홍보물을 지키고 있다가 케이식 주지사 지지자 한 명이 나타나자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후보들은 이날 저녁 7시께 각기 '프라이머리 나이트' 행사를 열어 개표상황을 지켜본 뒤 뒤풀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막판 여론조사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 민주당 샌더스 후보는 콩코드 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사우스 매머드의 한 식당에서 프라이머리 나이트 행사를 갖는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서던 뉴햄프셔 대학에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후보는 맨체스터의 래디슨 호텔에서 뒤풀이 행사를 한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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