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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500원도 카드로 긁는 시대…"소액결제 거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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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마다 카드사 '역마진'…"가맹점이 거절할 수 있어야"

세원노출 감소·소비자 책임전가 우려…"사회적 논의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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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500원짜리 껌 한 통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소액결제'에 대한 카드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액결제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만큼 카드사의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소액결제를 거절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이는 카드사의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소액을 카드로 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카드로 계산하면 거스름돈을 받을 때 동전을 챙기지 않아도 되며 두꺼운 지갑 대신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니면 된다. 연말정산을 할 때 1년 동안 쓴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도 편리하다. 직장인 하모(35)씨는 "지갑에 5만원권 한 장만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닐 뿐 그 외에는 모든 소비를 카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드 결제 금액이 점차 소액화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2년 5만8000원이었던 전체 카드의 평균결제금액은 지난해 4만6500원으로 감소했다. 3년 만에 1만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의 평균결제금액도 지난해 3만9000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갈수록 '역마진' 나는 카드사…"소액결제는 거절할 수 있어야"

소액결제가 늘어 속이 타는 쪽은 카드사다. 결제액이 소액일수록 밴(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밴사에 결제 건당 평균 100~120원의 중개료를 정액으로 지불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1000원짜리 음료수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15원(수수료율 1.5%)의 수수료를 받는데, 이 중 밴사에 100원의 중개료를 지불하니 85원의 역마진이 난다.

카드사는 이 같은 소액결제로 발생하는 손해를 고액결제 수수료를 통해 벌충한다. 소비자가 3만원을 카드로 결제한다면 450원(수수료율 1.5%)의 수수료를 받아 밴사에 100원을 줘도 350원이 남는다. 카드업계는 밴사 중개료와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제금액이 최소한 1만5000원 이상이어야 수익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에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카드 의무수납제'를 소액에 한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카드사 사장들은 금융감독원에 '소액 카드결제는 가맹점의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 가맹점은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소액결제를 하는 고객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다.

◇세원노출 감소·소비자 책임전가 등 문제…"사회적 논의 더 거쳐야"

그러나 실제로 소액결제 고객을 차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입장에선 자영업자의 납세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카드 결제를 의무화했는데, 이제 와서 카드사 사정이 어렵다고 예외를 인정하는 건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와 밴사 사이의 수수료로 촉발된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우려한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2009년 김용태 한나라당(당시) 의원은 1만원 미만의 거래에 대해 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0년 김상희 민주당(당시) 의원도 가맹점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경우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내놨지만 모두 여론의 반발에 밀려 통과되지 못했다.

외국의 경우 가맹점이 카드 결제에 대해 선택권을 가지는 사례가 있다. 2010년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10달러 이하의 금액인 경우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캐나다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카드 사용에 대해 정부가 유도한 게 아니라,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자율적인 거래라는 관점으로 보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소액결제에 선택권을 주도록 하는 것과 관련해 입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되면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렵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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