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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화영의 키노아이] 시대의 비극, 아픈 청춘 다룬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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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젊음은 돈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것이니 견디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을 다 알아듣기엔 아직은 벅찬 나이, 자신의 길 앞에 가로놓인 현실의 장벽으로 인해 좌절하는 청춘의 모습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 두 편의 영화가 우리 앞에 선보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을 다 피워보기도 전에 시대의 비극으로 인해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작품들이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공/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는 윤동주 시인의 청춘을 그린 첫 영화다. 아름다운 시를 남긴 윤동주 시인 역은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 시인의 친구이자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은 배우 박정민이 연기했다.

전체 흑백영화인 이 작품은 시에 비해 삶에 대해서는 조명된 적이 별로 없는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의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윤동주의 가장 가까운 벗이자 고종사촌인 송몽규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뤄 정적인 드라마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이번 작품이 첫 저예산 영화 연출인 이준익 감독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을 영화나 TV, 그리고 드라마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며 “그의 시가 어떠한 시대에서 누구와 같이 그 시대를 이겨내며 이 땅에 남게 됐는지 영화로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주’는 윤동주와 송몽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 북간도 명동촌에서 시작,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를 쓰고 싶고,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두 젊은이의 이상은 일본 감옥에 투옥돼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돼가는 현재 시점과 대비를 이루며 서글픈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에 감독은 ‘별헤는 밤’ ‘참회록’ ‘자화상’ ‘서시’ 등 윤동주의 대표 시에 담긴 심상들을 스크린에 그대로 끌고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세계일보

영화 '동주'(위)와 '귀향'의 장면들.


‘귀향’(감독 조정래,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탄생한 영화로, 무려 14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돼 그 의미를 더한다.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14살 소녀 정민(강하나 분)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울볼’ ‘두레 소리’ 등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14년 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곳에서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고, 이후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작품을 접한 뒤 영화 구상을 시작했다.

조 감독은 오랜 시간 다듬은 끝에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 배급에 있어 난항을 겪었다. 결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제작비 일부를 조달, 제작을 완료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그동안 영화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거절과 역경이 있었지만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명의 피해자들을 비록 영령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셔온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영화가 개봉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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