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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광명성호’는 ‘은하3호’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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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항공우주 관련 연구소 및 전문가, 정보당국은 7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의 성능을 분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의 성능이 2012년에 발사한 ‘은하 3호’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발전했는가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발사체에 실린 탑제물의 중량, 미사일 발사 제어 기술, 우주에 진입한 물체가 그리는 궤도의 안정성 등 평가할 대목이 적지 않다.

2차례 연속해서 물체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에 성공

지구 상공에 떠있는 물체들을 식별해 발표하는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7일 새로운 물체 2건이 우주궤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성을 발사할 경우 위성을 탑재한 마지막 단계 로켓도 함께 궤도에 오르기 때문에 항상 우주궤도 상에 물체 2개가 탐지된다. 북한이 광명성호에 실려 발사된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 4호’가 일단 우주궤도에 진입했을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물론 북한이 주장한 것처럼 우주궤도에 진입한 물체가 위성이고, 이 위성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밝혀지려면 지구와 안정적으로 교신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 3호’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어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때 북한이 발사한 물체는 현재까지도 지구 상공 우주궤도를 돌고 있지만 교신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쏘아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위성이 제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물체가 지구와 교신에 성공한다면 북한의 위성 기술이 발전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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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성능 향상 정도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북한은 지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발사대를 40m에서 67m로 증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보당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과거보다 사거리가 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 정확한 평가가 나오려면 시일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국가정보원과 합동참모본부 등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1단 추진체가 기본적으로 2012년에 발사한 은하 3호와 같은 종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연합뉴스는 7일 일본의 우주공학 전문가인 사와오카 아키라(澤岡昭) 일본 다이도(大同)대 학장의 NHK 인터뷰를 전하면서 북한 로켓의 성능이 2012년에 비해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와오카 학장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1단계와 2단계 추진체가 분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12년에 비해 짧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1단계로 보이는 것은 발사 후 약 6분 후 낙하해 4년 전보다 약 3분 짧아졌고 2단계로 보이는 것은 발사 후 약 14분 후에 낙하해 4년 전보다 약 6분 짧아졌다”면서 “더 짧은 시간에 대량의 연료를 연소할 수 있게 되는 등 엔진의 힘이 세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성·발사체 기술 향상은 부인 못할 사실

로켓에 탑재된 물체의 중량이 얼마인지도 평가할 대목이다. 북한이 2012년 발사한 ‘은하 3호’에 탑재된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는 100㎏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에 실린 ‘광명성 4호’는 20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켓에 탑재된 물체이 중량이 늘었다면 3단계 추진체의 중량이 경량화 되면서 기술이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광명성 4호’ 발사를 천명하면서 “광명성 4호가 근지점 고도 494.6㎞, 원지점 고도 500㎞인 극궤도를 돌고 있다”고 밝힌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은 2012년 ‘광명성 3호’ 위성에 대해 “근지점 고도 499.7㎞, 원지점 고도 584.18㎞인 극궤도를 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근지점 고도는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원지점 고도가 크게 낮아졌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위성체가 이동하는 궤도가 찌그러진 타원형에서 원형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NORAD가 궤도 정보를 추적해 발표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북한 발표대로라면 궤도가 거의 원형에 더 가까워졌다”면서 “궤도가 원형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발사체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위성이 제기능을 못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연속해서 위성체를 우주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는 성과로 남는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관련 숙련도가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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