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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北미사일 발사>'초강경' 오바마…美, 제재 칼 빼들고 한일과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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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한시간에 규탄성명…미국 안보에 직접적 도전으로 간주

대북 압박 '외길수순'…중국 압박하며 한·미·일 MD공조 강화

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북한이 6일(현지시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미국이 대북 초강경 모드에 돌입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미사일 도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역내 동맹인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으로 도전한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참모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수장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개인 명의의, 그것도 초강경 어조의 성명을 내놓은 것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백악관의 성명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국무장관의 성명이 두 시간 만에 '신속하게' 나온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규탄 성명을 준비해 놓았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예고된 반응'이지만,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때보다 비난의 '강도'와 반발 정도가 더 크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대체적 평가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북한이 '보란 듯이'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배하는 또 다른 대형 도발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국무장관 성명 모두 "4차 핵실험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사일 도발을 강행…", "4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 만에 두 번째로 주요한 도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 같은 '불쾌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 주목해볼 대목은 백악관이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쓴 점이다. 통상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을 주로 써왔다. 이는 북한이 추진 중인 미사일 프로그램이 한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본토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 프로그램보다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의 '예고된 도발'과 미국의 초강경 반응 속에서 이제 북미 관계는 '외교'가 의미를 갖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일격'을 당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불과 한 달 만에 미사일 도발카드까지 겪으면서 제제와 압박이라는 '외길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조건반사적으로 다자와 양자를 아우르는 고강도 제재에 대대적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일차적 방점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다자 제재다. 이미 4차 핵실험으로 광범위한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이번 미사일 도발행위까지 합쳐 '병합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한국, 일본과 함께 안보리 무대에서 전례없는 폭과 수위의 제재안을 채택하도록 하는데 외교력을 끌어모을 것으로 관망된다.

미국은 특히 이번 미사일 도발사태를 고리로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이 '실효적인' 대북 제재에 확실히 동참하도록 외교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동시에 안보리 차원의 제재안이 미흡할 것에 대비한 양자 제재 카드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하원이 대북 제재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양자 제재는 자동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이미 다양한 양자 제재를 검토해왔다"며 "다만, 우선 안보리에서 제재 조치가 도출되면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양자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카드에 더해 군사적 압박 카드도 예상된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억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한반도와 역내에 최첨단 전략자산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투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번 미사일 도발 사태가 그동안 군불을 때온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삼국 간 정보공유와 공동훈련이 가일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도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논란이 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외교안보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의 반발을 키우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과 대립구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제기된 미국 내의 대북 정책 수정론이나 이란 핵협상의 순조로운 이행에 따른 대북 협상론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전략적 인내'로 통칭되는 대북 압박 정책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을 외교적 결과물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관계는 현시점에서 어떤 외교적 시도도 작용하지 않을 정도로 '결딴'이 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태도를 바꾸고 나오기 전에는 북·미 관계에 어떤 변화도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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