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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왜 우리나라는 휴지를 변기에 버림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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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우리나라 휴지는 잘 녹으니깐 변기에 버려도 돼요”

대학생 시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일입니다.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는 열쇠와 계약서를 건내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대충 대답만 했는데, 방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화장실용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한국문화를 지적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불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화장실용 휴지도 일본 휴지 못지않게 물에 잘 풀어진다고 합니다. 실제 한 방송사에서 한 실험에 따르면, 최대 6m까지 화장실용 휴지는 모두 물에 풀어져 쓸려 내려갔습니다. 아울러 화장실용 휴지는 티슈와 달리 화학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수처리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화장실은 특별히 다른 나라보다 수압이 약한 것일까요? 이 역시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습니다. 물탱크의 물을 한꺼번에 변좌로 쏟아 부으면서 그 수압으로 내용물을 오수관으로 흘러내는 변기는 별도의 동력 없이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수압이 부족하면 물탱크의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충분히 수압을 높일 수 있습니다.

변기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낡은 건물은 수압이 낮다는 것 역시 잘못된 상식입니다. 오히려 물통이 기둥 위에 있는 수세식 변기의 경우, 수압이 더 강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화장실에서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할까요.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오랜 기간 화장실용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왔던 만큼 습관화된 데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변기 안에 휴지 외의 것을 많이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2012년부터 화장실에서 휴지통 없애기 캠페인을 벌인 도시철도공사는 처음 시작할 때 하루에 약 600여건의 민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하철 내 화장실을 사용한 후 휴지통이 없자 당황한 고객들이 민원을 넣은 것이지요. 그러나 화장실 내 칸마다 사용 후 휴지는 변기에 흘려보내라는 주의문을 붙이고 여성화장실에는 여성용품을 넣을 수 있는 휴지통(에티켓통)을 별도 비치한 결과, 민원은 하루 0.5건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휴지를 넣으면 변기가 막힌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며 “실제로는 지갑, 여성용품, 물티슈 등 물에 녹지 않는 것들이 변기에 들어가서 막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물에 녹는 화장실용 휴지와 물에 녹지 않는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행동이 자리 잡으면서 변기 막힘 현상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도시철도공사는 서울시 내 157개 역, 164개소 화장실, 3500좌의 변기를 관리하고 있는데 지난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9개월간 하루 변기 막힘 건수를 조사한 결과, 19.6건에서 15.8건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화장실용 휴지를 휴지통이 아닌 변기에 넣는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서울시를 비롯해 육군사관학교, 부산지하철 등 다양한 단체가 이런 문화를 정착화시키려고 하지만, 말 그대로 법이나 규율이 아니므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화장실용 휴지는 변기에, 물에 녹지 않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는 습관을 길러보시는 건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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