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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명절 앞두고 아들이 보내준 돈, 경찰 덕에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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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서 불광지구대, 60대女 100만원 든 가방 회수…앱·순찰차 '추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어떡해! 720번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렸어! 아들이 준 돈이 거기 들어 있는데…."

설 연휴 시작을 이틀 앞둔 이달 4일 오후 2시40분께. 서울 은평경찰서 불광지구대에 한 60대 여성이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들어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 여성은 지구대 인근에 사는 박모(69·여)씨였다. 이내 바닥에 주저앉은 박씨는 어쩔 줄 모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7일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설을 앞두고 지방에 사는 큰아들이 "명절 잘 보내시라"며 송금한 100만원을 은행에서 찾아 가방에 넣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평소 타고 다니던 720번 시내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은 박씨는 불광지구대 인근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려다 가방을 두고 내린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저만치 떠나버린 뒤였다. 발만 동동 구르던 박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불광지구대 김우회(43) 경사는 박씨에게 먼저 버스 진행 방향을 물었다. 박씨는 "은평경찰서 방향으로 갔다"고 답했다.

함께 근무 중이던 김민지(25·여) 순경이 나섰다. 평소 출퇴근할 때 쓰던 시내버스 검색 애플리케이션으로 720번 버스 위치를 확인했다. 버스는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차고지로 향하고 있었다.

김 경사는 바로 박씨를 순찰차에 태워 버스를 뒤쫓아갔다. 그러는 동안 김 순경은 차고지에 전화를 걸어 "방금 들어온 720번 버스 안에 가방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가방은 그대로 좌석에 있었다.

무전으로 이런 사실을 전달받은 김 경사는 박씨에게 이를 알려주며 안심시켰다. 차고지에 도착해 가방을 손에 쥐고 나서야 박씨는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아들이 명절을 앞두고 보내준 돈인데 찾지 못했다면 명절 내내 마음이 아팠을 것"이라며 김 경사에게 거듭 머리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김 경사는 "제 어머니 생각도 나고,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답하며 박씨를 순찰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줬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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