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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동물국회 우려했나'…정의화 의장의 '윤리특위 강화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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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윤리특위 의결정족수 강화 명시

정 의장 "폭력사태 대비 차원에서 준비한 것"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발의한 국회법(소위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조항이 눈에 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8일 현행 참석의원 60%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신속처리대상안건의 지정요건을 50%로 완화하고 상임위 심사기간과 본회의 상정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정 의장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원칙이 아닌 가중의결정족수로 인해,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건심의가 지체되는 등 국회가 사회·경제적 입법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유만 놓고 보면 윤리특위 의결정족수 강화가 왜 포함됐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정 의장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과 다른 종류의 징계를 결정할 때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행 법에는 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통상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윤리특위 위원 15명 가운데 현재는 과반인 8명이 출석해 5명이 동의하면 윤리심사자문위와 다른 징계가 가능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재적위원 과반인 8명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특위가 가급적 수용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윤리특위 의결정족수 강화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 의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선진국회로 가기 위해서는 품격 높은 국회가 필수"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폭력 사태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곱씹어보면 여당의 요구대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국회법이 개정될 경우 몸싸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 의장이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위 '동물국회'로 불리는 몸싸움이 벌어지면 징계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윤리특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윤리특위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의 징계 의견을 따르도록 하면 의원들이 징계에 부담을 느낄 것이고, 이는 폭력사태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인 셈이다.

정 의장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끝까지 반대했지만 4년간 실행에 대해서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등 의사운영상의 일부 개선이 있었다"고 장점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의 윤리의식을 강조한 소신도 법안에 반영됐다. 정 의장은 2014년 국회의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품격 높은 국회가 되려고 하면 윤리특위가 엄격해져야 하고, 윤리적 문제가 생기면 정치인으로 미래 보장이 어려운 정도로 가야 한다"면서 "윤리심사자문위 의견이 권고 이상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인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의 윤리특위 의결정족수 강화 방침은 한걸음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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