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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차례상에 ‘상어’ 올리시나요? ‘수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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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1.4%, 혈중 수은 농도 기준치 초과

지난 4일 환경부는 우리나라 성인 6,500명을 대상으로 혈액과 소변에서 환경유해물질 농도를 조사한 ‘제2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3.11µg/L으로 지난 1기 조사 당시 3.08µg/L보다 1%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미국(0.86μg/L)과 캐나다(0.79μg/L)의 4배 정도였고, 옆 나라 일본(8.5μg/L)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은 농도가 높은 건 식습관 때문입니다. 생선과 조개 같은 어패류 섭취가 체내 수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1.4%는 수은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혈중 수은 농도가 독일 건강 영향 권고값인 15.0µg/L을 넘는 사람이 6,500명 가운데 88명이었습니다. 5,000만 국민을 기준으로 한다면 수은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사람이 무려 70만 명이나 된다는 얘깁니다.

환경부도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과도한 해산물 섭취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작은 어류보다는 특히 바닷속 대형 어류인 참치나 상어들이 수은을 많이 축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생선이나 조개들도 수은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먹고 사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체내에 계속 수은이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상어 때문에 고농도가?…아이들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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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지역에 비해 경상도 지역 주민들의 유독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상어’가 지목됩니다. 중국에서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즐겨 먹지만, 상어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먹거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차례상에 ‘돔배기’라고 불리는 상어고기를 올리는 문화가 있습니다. 국립 대구박물관에 따르면 상어고기인 돔배기는 1,500년 전에도 제사와 같은 의례에 사용됐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고 합니다.

환경부가 지난 2010년에 영남지역 주민 5,143명을 조사해보니 상어고기를 먹는 사람의 혈중 수은 농도는 5.35㎍/L로, 먹지 않는 사람의 농도 3.61㎍/L보다 1.48배 높았습니다. 1년에 상어고기를 1~2회 먹는 사람의 혈중 수은 농도는 4.41㎍/L, 1달에 1회 먹는 사람은 8.76㎍/L로 상어고기와 수은 농도는 연관성이 컸습니다.

아이들은 어떨까요? 환경부는 당시 영남지역 초등학생들의 평균 혈중 수은 농도는 2.37㎍/L로 미국환경청(EPA) 권고 기준 아래라며 초등학생들의 수은 노출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당시 조사에 참여한 초등학생 1,097명의 4.5%가 미국환경청(EPA)의 혈중 수은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PA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혈중 수은 농도의 기준치를 마련했는데, 혈중 수은 농도 5.8μg/L를 기준으로 합니다.

아이들은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상어를 종종 먹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상어를 먹는 아이들의 수은 혈중 농도(2.79μg/L)가 먹지 않는 아이들 보다(2.13μg/L) '1.3배' 정도 높았습니다.

섭취횟수가 많지 않아도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는데, 상어나 참치 같은 어류에 들어있는 ‘메틸 수은’의 반감기가 70일 정도로 길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먹은 수은의 절반이 배출되는 데만 70일이 걸린다는 것이죠.

● 아이들 수은 농도 높은데…감시나 가이드 라인 없어

환경부는 단순히 상어를 먹는 것만이 원인은 아니고, 전반적인 어류의 과다섭취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혈액 속 수은 농도가 가장 높았던 3명의 초등학생들은 '생선이 없으면 밥을 안먹을 정도'로 생선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또 조사에 참여한 1,000여명의 학생을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야채>, <고기>, <생선>, <기타> 등 4그룹으로 나눴더니 역시 <생선>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수은 농도가 제일 높았고, 그 다음이 <고기>, <야채>, <기타> 순서였습니다.

문제는 2011년 관련 사업이 종료된 이후, 취약 지역 아이들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없다는 겁니다. 지자체 교육청이 실시하는 초등학생 건강검진에서도 수은 검사 항목은 빠져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상어나 참치를 포함한 임산부의 생선 섭취 가이드라인은 제시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입니다.
(※ 임산부의 경우 일주일에 고등어, 명태, 광어, 참치 통조림 등은 1주일에 400g 이하 (참치 4캔)
참치회, 참다랑어, 상어는 일주일에 100g 이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이 이어지기 위해서 포항을 비롯해 상어 고기 섭취가 많은 지역 아이들에 대한 검진을 실시하고,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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