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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뒤끝뉴스] 오리무중 테슬라, 연내 국내 상륙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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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보조금 대상 전기차에 포함 안되고, 다음달 전기차엑스포 참가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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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 프리미엄 브랜드가 넘쳐나는 유럽에서도 모델S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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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에 간 길에 테헤란로 선릉역 옆에 있는 한 빌딩 4층에 올라갔습니다. 같은달 13일 테슬라가 국내에 등록한 법인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 주소지입니다.

층 전체는 세계적인 사무공간 컨설팅 업체 리저스(Regus) 센터였습니다. 출입구 옆에 사무실을 공유하는 13개 기업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테슬라는 없었습니다. 리저스 측은 “테슬라는 여기 주소만 빌려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빌딩을 관리하는 업체도 “입주를 했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파악하는데 테슬라 사람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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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테슬라코리아가 주소를 등록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리저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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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저스는 세계 120개국의 900개 도시에 수천 개의 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체인입니다. 서울시내에도 센터가 13개 있어 주로 스타트업이나 국내에 사무실이 없는 외국기업들이 이용합니다. 설립절차가 간단하고 폐쇄적인 유한회사, 게다가 공유 사무실. 당장 국내에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로는 많이 약한 것 같습니다.

전기차 천국인 제주에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달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개막하는데, 아직 테슬라 참가는 결정되지 않았답니다. 초청비용 등 여러 조건을 놓고 조직위원회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직위가 상대하는 테슬라는 한국법인이 아닙니다. 미국 본사와 일본 도쿄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본부죠. 현재로서는 테슬라의 엑스포 불참 가능성이 꽤 있는 듯 합니다.

전기차엑스포는 시승까지 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이고, 제주도는 엑스포를 전후해 도민대상 전기차 공모를 진행합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아이오닉 EV’를 엑스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미 현대차 직원들은 제주에서 출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제주를 공략하겠다면 테슬라에게도 전기차엑스포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일겁니다. 아직까지 참가 결정조차 내리지 못했다면 연내 국내 진출 의지가 의심스럽습니다.

환경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올해 보조금 지원 전기차에도 테슬라 차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승용차는 지난해 대상이었던 레이EV(기아차) SM3 Z.E.(르노삼성) 스파크EV(한국GM) i3(BMW) 쏘울EV(기아차) 리프(닛산)에 아이오닉EV가 추가돼 총 7종입니다.

올해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 8,000대 중 절반에 해당하는 3,963대가 제주에 배정됐습니다. 제주도는 상반기에 공모를 통해 이를 모두 소화합니다. 하반기에는 비집고 들어갈 물량이 없습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공모를 하지만 서울(510대)과 대구(199대)를 제외하면 모두 100대 이하이고, 제주만큼 충전시설이 깔리지 않아 첫 진출 지역으로 선택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테슬라의 세단 ‘모델S’ 가격은 최저 트림이 7,600만원에서 시작해 P85D의 경우 1억원이 넘어갑니다. 지난해 내놓은 ‘모델X’는 1억6,000만원입니다. 물론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이 정도 가격을 부담할 사람은 있습니다. 지금도 이사화물 등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 모델S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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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인 모델S(왼쪽)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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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모를 통해 전기차를 구매하면 국비 보조금 1,200만원+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세금 400만원이 지원됩니다. 제주도는 여기에 지방비로 700만원을 더 얹어 줍니다. 테슬라가 아무리 제품에 자신이 있더라도 지자체 전기차 공모 이외의 다른 공식 루트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은 테슬라 차는 다음달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저가형 ‘모델3’입니다. 예정 가격은 3만5,000달러(현재 환율로 4,184만원)입니다.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지만 이 차가 당장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모델3 양산은 내년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가 2014년 말부터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리튬 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가 부분 가동에 들어가는 시점과 맞물립니다. 물론 양산을 하더라도 판매는 미국에서 먼저 할 겁니다. 다음에는 유럽이나 중국 등 규모가 크고 충전시설(슈퍼차저)이 많이 갖춰진 곳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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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를 대체한 모니터는 테슬라의 혁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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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틀을 깬 ‘게임 체인저’입니다. 내연기관 엔진을 능가하는 파워와 한번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리는 성능에 화려한 디자인, 17인치 모니터로 센터페시아를 대체한 파격 등에 찬사가 쏟아졌고 해외 소비자들이 열렬히 반응했습니다. 이런 테슬라를 언제쯤 국내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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