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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MB+청계천=대통령?'…서울시장의 '랜드마크'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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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의 사업 랜드마크-①]MB 이후 대선 주자 분류된 서울시장 위상…'랜드마크=정치적 야심' 눈초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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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시민개방행사가 진행된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고가를 찾아 시민체험부스를 운영하는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서울시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고가에는 이날 총면적 2,400㎡ 규모의 인조잔디밭과 다양한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2015.5.10/뉴스1



# 지난 2015년 12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장관·참모 20여명과 함께 복원 10년을 맞은 청계천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청계광장을 출발해 고산자교까지 약 5.8km 구간을 걸으며 청계천 인근 문화유산과 복원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수차례 청계천을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업 초기 크게 반대했던 분들도 지금은 달라진 청계천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을 대선으로 이끈 청계천은 어려운 일을 겪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찾아 위안을 얻는 '마음의 장소'다.

청계천 복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추진한 사업이었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교통 혼란과 청계천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뚝심있게 이를 밀어붙였다. 청계천은 총 1억9000만명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이자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청계천은 이 전 대통령의 추진력을 증명하는 대표 사례였고, 이에 힘입어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이후 서울시장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됐다. 그리고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랜드마크 사업은 대선을 위한 치적쌓기란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후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임 당시 한강르네상스와 광화문광장, 경인아라뱃길, 세빛둥둥섬(현 세빛섬) 등 다양한 토목 사업을 벌였고, 박원순 시장은 서울역고가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갈등 끝에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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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청계천 복원 10년을 맞아 복원과정에 참여했던 시민위원회 위원들을 비롯한 전직 장관·참모진들과 청계천을 걷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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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의 정치학, 서울시장은 대권주자?=서울시장이 대권주자로 꼽히는 배경은 서울시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올 한해 서울시 예산은 27조 원으로 지자체 중 가장 많다. 2위인 경기도(19조원)와는 8조원, 부산시(10조원)의 2배가 넘는다.

서울시는 공무원 수만 1만여명을 상회한다. 서울시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타지자체장과 달리 장관급 대우를 받고, 국무회의에도 유일하게 참석한다. 행정조직은 '작은 정부'라 불릴만큼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외교와 국방만 빼고 모든 정부 조직이 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향력이 크다 보니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는 일도 잦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수당 50만원'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법적 분쟁까지 갔고,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에서 설전을 벌였다. 박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서울역고가공원화 사업은 경찰청과 수차례 마찰을 빚었고, 광화문광장에 대형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문제로 국가보훈처와 갈등 중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무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추진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도 (서울 시장이 추진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견제를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 주무부처인 행자부도 덩치가 훌쩍 커진 민선 지자체장들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지금 광역단체장들이 자신이 장관보다 낮다고 누가 생각하겠느냐. 지방이 너무 정치화 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역대 서울시장 출신 중 대통령도 실제 2명이 나왔다. 제4대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2대 서울시장을 지냈다. 제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제32대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조선시대의 서울시장인 '한성판윤(漢城判尹)'도 현재의 장관격인 6조판서와 동등한 조선시대 정2품 관직이었고, 9명의 대신을 뜻하는 9경(卿)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자리였다. 궁궐과 중앙관서의 호위 및 도성 치안을 담당하는 중책이라 매일 국왕과 정사를 논하는 상참(常參)에 참여했다. 조선시대 511년 동안 1100여명이 한성판윤을 거쳤고, 영의정도 많이 나왔다. 명재상 황희와 맹사성, 행주대첩의 권율 장군, 암행어사 박문수,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 등 잘 알려진 인물들이 한성판윤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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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이었던 논란의 세빛둥둥섬. 추진 당시부터 혈세낭비란 비판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부침을 겪다 2014년 10월 세빛섬으로 개장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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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과 MB성공 이후 '랜드마크' 서울시장의 사업으로=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과 버스 중앙차로 사업 성공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서울시장들은 '랜드마크'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오세훈 전 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상징이었던 세빛둥둥섬과 경인아라뱃길 등 대형 토목사업을 잇달아 추진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랜드마크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 반포대교 남단에 있는 축구장 1.4배 크기의 세빛섬은 사업비만 1390억원에 달해 추진 당시 '세금둥둥섬'이란 오명을 얻으며 혈세낭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 6월 모피 패션쇼를 개최해 비판을 받고, 그해 9월 완공 선포를 했지만 개장도 못했다. 감사원 감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진정 등 부침을 겪다 2014년 10월 우여곡절 끝에 세빛섬으로 개명해 재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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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서울역고가공원.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가 설계한 안을 토대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서울역고가를 사람길로 바꿔 각 지역을 연계해 도시재생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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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장점인 박원순 시장도 지난해부터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강행으로 '불통시장'이란 오명을 들어야 했다. 평소 "사람의 가치가 랜드마크"라 강조한 박 시장은 고가가 사라질 경우 교통이 불편해져 매출이 줄 것을 우려하는 남대문시장 상인, 교통 대란을 우려하는 비판을 딛고 서울역 고가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했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를 역사와 자연,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임기 내 업적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시장들의 랜드마크 사업과 관련, "본인들이 대권주자 등으로 한 단계 도약을 하거나, 트레이드마크로 삼기 위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라며 "토목공사가 클수록 임팩트가 크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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