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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유학파 목사, 사회적 지위 잃을까봐 딸 시신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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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피의자 심리 분석

경찰, 어머니도 살인죄 검토

여중생 딸을 구타 끝에 사망케 한 독일 유학파 목사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 시신을 장기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범죄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을 부천 현지에 보내 피의자를 면담하고 성장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도출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독일 베델신학대에서 ‘신약학’을 전공한 이모씨(48)는 출생 후 9개월 만에 아버지를 지병으로 여의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씨는 손위에 형과 누나를 두고 있었지만 나이 터울이 커 가족 간 왕래가 드물었다고 한다. 이씨는 불우한 가정사를 극복하고 국내 한 유명 신학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1998년 전처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9년 전 막내딸(사망 당시 13세) 친모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귀국 후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고대 그리스어인 헬라어를 가르쳤다. 모교의 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사회를 맡고, 한 기독교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책을 내는 등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소규모 개척교회 담임목사도 맡아 주변에서는 그를 ‘자수성가형’이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3월 집 근처 지구대에 “딸이 가출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뒤 11개월간 시신을 작은방에 방치하고 방향제와 제습제까지 써가며 범행을 은폐한 이유는 “한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상태가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씨는 “기도를 하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날 이씨와 부인 백모씨(41)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돼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진술해 일단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추가 증거가 수집되는 대로 살인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구교형·박준철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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