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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두뇌를 이기려는 ‘인공두뇌’ ‘신의 한 수’ 주인공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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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내달 9일부터 세기의 바둑 대결

인간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최고수인 구글 ‘알파고(AlphaGo)’의 바둑 맞대결 첫 날짜가 다음달 9일로 확정됐다. 알파고가 지난달 인공지능 컴퓨터 역사상 최초로 프로 바둑기사를 꺾으며 기세를 높인 가운데 이세돌 9단이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세기의 대결’을 수락한 결과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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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5일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다음달 9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대국은 이날부터 10일, 12일, 13일, 15일 등 총 5번 열린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되며 장소와 운영 방식, 생중계 등 자세한 내용은 구글이 이달 중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국에는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종목은 체스였다.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인간의 첫 패배도 이때 기록된다. MIT 출신 1세대 해커였던 리처드 그린블라트가 만든 체스 프로그램 맥핵(MacHack)은 그해 철학자이자 아마추어 체스 선수였던 후버트 드레퓌스와 대결을 벌여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뒀다. 사람들은 어쩌다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이후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체스 대결 상대도 세계 챔피언급으로 높아졌다. 1989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 소트(Deep Thought)’가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와 맞대결을 벌이면서 인간과 컴퓨터의 자존심 대결이 본격 시작됐다. 그해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쉽게 승리했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절치부심한 IBM은 딥 소트의 후속모델 ‘딥 블루(Deep Blue)’를 출시하고 또다시 카스파로프에게 도전장을 냈다. 1996년 2월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3승2무1패로 여전한 우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다. 1997년 5월 또다시 맞붙은 딥 블루와 카스파로프 간 대결에서 딥 블루는 6번의 대국 중 2승3무1패를 기록, 정식 체스 경기에서 챔피언을 꺾은 최초의 컴퓨터가 됐다. 당시 카스파로프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창의성을 봤다. 경기를 하는 동안 기계가 학습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6년에도 인공지능 ‘딥 프리츠’가 체스 세계챔피언 블라디미르 크람니크와의 대결에서 2승4무로 이겼다. 이제 최소한 체스 영역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게 된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은 퀴즈쇼, 바둑과 같이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 인간 수준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경우의 수가 비교적 적은 체스와 달리 퀴즈는 언어를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둑은 바둑판의 점만 361개나 되고 경우의 수가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이 많다.

딥 블루를 만든 IBM은 2011년 2월 ‘왓슨’이라는 슈퍼컴퓨터를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세 차례 출연시켰다. 당시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힌트를 학습해 문제를 풀었다. 왓슨은 <제퍼디>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와 최다 상금 수상자 브래디 러터를 압도하며 7만7147달러의 상금을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의 바둑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인공지능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 이세돌 9단이 패한다면 이제 바둑에서도 인간의 우위를 말하기 어렵게 된다. 이세돌은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고 들었지만, 나는 최소한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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