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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포토다큐]7번 국도, 겨울바다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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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는 여름 바다보다 짙고 무겁다. 그 검푸른 덩어리의 모서리가 출렁대며 파도로 부서지는 풍경은 일상의 번다함을 잊게 한다. 겨울 바다의 진면목을 보려면 7번 국도가 제격이다.

경향신문

7번 국도는 남쪽의 기점인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포항, 영덕, 울진을 거치고 강원도의 삼척, 강릉, 속초를 지난다. 원래는 함경북도 온성까지 1192㎞를 달리던 도로지만 지금은 고성에서 멈췄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바람조차 철조망에 걸려서 더는 갈 수 없는 길이 북으로 북으로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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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파도가 따라오는 길 한반도 등뼈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강원 삼척의 새천년도로를 달리면 쪽빛 바다가 자꾸 따라온다.


7번 국도는 바다를 거느린 해안도로와 내륙의 소박한 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수많은 포구와 해변과 고향마을이 있다.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불을 밝히는 빨간 등대, 오징어를 널고 있는 수수한 아낙들, 수평선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고깃배, 인적 없는 백사장을 차지한 갈매기들의 날갯짓, 눈 내리는 겨울 바다의 연인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7번 국도에 산다는 것은/ 날마다 숨 멎을 절정의 환희를 기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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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리워 그리 말랐니, 오징어야 경북 영덕군 영해면 사진리 영덕대게로 도로변에 겨울 햇살을 받아 투명한 오징어들이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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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에 가보면 알게 된다. 쿰쿰하고 시큼한 이야기들이 달그락거리는 집들이, 밤마다 불빛 밝히고 밥상에 둘러앉을 집들이 왜 한사코 바다 쪽으로 창문을 내는지. 누군가는 추억하기 위해, 누군가는 망각하기 위해 겨울 바다를 찾는다. 7번 국도는 그 겨울 바다에 닿는 에움길이다. 꼭 승용차가 아니어도 갈 수 있는 열린 길이다. 버스도 있고 기차도 있다. 두 다리로 걸으면 더욱 낭만적인 길이다. 설 연휴도 좋고, 봄이 오기 전에 꼭 한번 7번 국도에 가보시라. 그곳에 ‘고향의 고향’ 겨울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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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 품고 버스는 떠난다 동이 틀 무렵 강릉 정동진에서 안인해변으로 이어지는 율곡로를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7번 국도를 달리다 정동진으로 방향을 틀면 이 해안도로가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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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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