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는 남쪽의 기점인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포항, 영덕, 울진을 거치고 강원도의 삼척, 강릉, 속초를 지난다. 원래는 함경북도 온성까지 1192㎞를 달리던 도로지만 지금은 고성에서 멈췄다.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바람조차 철조망에 걸려서 더는 갈 수 없는 길이 북으로 북으로 아득하다.
굽이굽이 파도가 따라오는 길 한반도 등뼈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강원 삼척의 새천년도로를 달리면 쪽빛 바다가 자꾸 따라온다. |
7번 국도는 바다를 거느린 해안도로와 내륙의 소박한 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수많은 포구와 해변과 고향마을이 있다.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불을 밝히는 빨간 등대, 오징어를 널고 있는 수수한 아낙들, 수평선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고깃배, 인적 없는 백사장을 차지한 갈매기들의 날갯짓, 눈 내리는 겨울 바다의 연인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7번 국도에 산다는 것은/ 날마다 숨 멎을 절정의 환희를 기다리는 일”이다.
바다 그리워 그리 말랐니, 오징어야 경북 영덕군 영해면 사진리 영덕대게로 도로변에 겨울 햇살을 받아 투명한 오징어들이 널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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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에 가보면 알게 된다. 쿰쿰하고 시큼한 이야기들이 달그락거리는 집들이, 밤마다 불빛 밝히고 밥상에 둘러앉을 집들이 왜 한사코 바다 쪽으로 창문을 내는지. 누군가는 추억하기 위해, 누군가는 망각하기 위해 겨울 바다를 찾는다. 7번 국도는 그 겨울 바다에 닿는 에움길이다. 꼭 승용차가 아니어도 갈 수 있는 열린 길이다. 버스도 있고 기차도 있다. 두 다리로 걸으면 더욱 낭만적인 길이다. 설 연휴도 좋고, 봄이 오기 전에 꼭 한번 7번 국도에 가보시라. 그곳에 ‘고향의 고향’ 겨울 바다가 있다.
먼동 품고 버스는 떠난다 동이 틀 무렵 강릉 정동진에서 안인해변으로 이어지는 율곡로를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7번 국도를 달리다 정동진으로 방향을 틀면 이 해안도로가 반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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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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