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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본소득, 일자리 감소의 대안인가…현실성 없는 몽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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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알아본 오해와 진실

국민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돈을 나눠준다? 현실성 없는 몽상쯤으로 치부되던 기본소득(basic income) 도입·실험 소식이 외신을 통해 심심찮게 국내로 전해지고 있다. 스위스는 오는 6월 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고, 북유럽의 핀란드는 2017년 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예비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포털사이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응할 유일한 대안이 기본소득”이란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녹색당이 4월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우리 사회에도 본격적인 논의의 물꼬가 터진 기본소득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경향신문

스위스 의회가 국민 12만명의 청원으로 기본소득을 헌법에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한 2013년 10월4일 베른 스위스 연방의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스위스 인구 800만명을 상징하는 5라펜짜리 동전 800만개를 쏟아부은 뒤 삽으로 넓게 퍼뜨리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RT뉴스 화면 캡처


- 기본소득은 어떤 개념인가.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개념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액수가 크지 않고 특정 연령대만 받을 수 있어 ‘부분 기본소득’으로 불린다.”

- 기본소득이 왜 주목을 받고 있나.

“ ‘완전고용’ 시대가 저물고 ‘고용 없는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달, 자동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일자리 감소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때문에 임금노동(일자리)을 매개로 부를 분배하는 방식을 유지할 경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삶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 ‘왜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 돈을 나눠주는가’라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

“기본소득론자들은 노동의 개념을 우리에게 익숙한 임금노동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의 경우 네이버는 지식 공유 플랫폼만 깔아놓을 뿐 콘텐츠는 누리꾼들의 소통이 만들어간다. 질문이 올라오고 답변이 많이 달릴수록 이곳은 활성화되고 네이버의 이윤은 올라간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가 수익을 내는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들의 소통 자체가 사회적 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 임금노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기본소득 도입일 수 있다.”

- 아무도 일을 안 하려 할 수 있지 않나.

“인도·나미비아 등에서 진행된 실험을 살펴보면 기본소득 지급이 노동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08년부터 나미비아 오미타라에선 60세 미만 주민 930명 전원에게 2년간 매달 100나미비아달러(약 1만5000원)를 지급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원료비가 없어 벽돌 만드는 일을 그만둬야 했던 주민 조지프 가네프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엔 이를 밑천 삼아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말 공개된 스위스 시민 107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단 2%만이 기본소득 지급 시 완전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응답했다.”

- 자본·보수 쪽에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가.

“기본소득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본에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주의자 중 일부가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기본소득은 자격 심사가 필요없기 때문에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줄여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는 일자리 감소로 소득 격차가 커지면 기업이 생산을 해도 구매할 이들이 없어지고,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없으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본소득 지지 입장을 설명한다.”

-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텐데.

“녹색당의 구상을 살펴보면 2014년 기준 24.3%인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4.1%까지 올리면 국민 1인당 매달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덴마크 수준(48.6%)까지 올리면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근본적인 조세개혁이 불가피하다. 세금을 더 내야 할 계층의 조세 저항이 격렬할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의 관건은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느냐다.”

- 증세로 인해 경기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다. 복지와 성장을 반비례 관계로 보면 증세가 경기를 위축시킨다고 전망할 수 있지만 ‘소득 주도 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복지가 되레 경제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본소득 도입보다 급한 것은 기존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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