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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결혼? 취직?…‘명절 화병’ 부르는 질문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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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명절 지나면 ‘화병’ 환자 급증

음식준비는 가족이 함께 하고

사회생활 때처럼 말·행동 조심


한겨레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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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는 여느 해보다 길다. 명절이 달갑지 않은 이들에겐 그만큼 고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명절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제공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이다. 식구들 뒤치다꺼리에 고달픈 주부는 물론, 취업·결혼·출산·성적 등과 관련된 질문을 거듭 받아야 하는 자식·손자 세대들도 명절 전후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아랫사람이라 하더라도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을 삼가고, 음식 준비는 가족이 함께 해야 명절 화병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 화병 부르는 명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설과 추석 명절을 지낸 직후 화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4년 화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년 중 설 다음달인 3월에 한달 평균 환자가 18만400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추석 명절 기간인 9월(18만3744명)과 10월(18만3436명)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20대, 30대, 40대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각각 1.4배, 1.6배, 1.7배 많았고, 50대 이상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인재근 의원은 “해마다 명절 직후 따라다니는 것이 ‘명절 후유증’이다. 특히 여성들은 명절 음식 준비와 같은 가사노동과 시댁 방문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화병은 물론 관절 질환, 두통,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화를 부르는 명절’인 셈”이라고 말했다.

■ 명절은 묵은 갈등 푸는 자리 아냐

명절 뒤 화병도 ‘명절 증후군’의 하나다. 명절 증후군은 예전 명절에 힘들었던 기억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가 명절이 다가오면서 옛 기억들이 다시 떠올라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신체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심장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정신 증상으로는 분노감을 비롯해 우울, 불안, 초조, 자극 과민성, 불면 등이 있다.

김지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증후군은 대개 명절 전후 2~3일에 증상이 심해지고 명절이 지나거나 가족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명절을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명절을 가족이나 친척 사이의 상호 교류를 통해 함께 편안하게 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리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김지욱 교수는 “명절은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묵은 갈등을 한번에 해결하려고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 만약 해결해야 하는 가족 사이의 갈등이 있다면 명절 외에 다른 자리에서 만나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혼이나 취업 등 사적인 질문은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결혼이나 취업을 고민하는 당사자는 더 괴롭기 때문이다. 관심을 보인다고 이에 대해 물으면 화만 돋울 뿐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면 다 같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윷놀이나 산책 등 누구나 함께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화젯거리들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 사회생활 하듯이 만나자

홍순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가족들을 오히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이들처럼 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고한다. 홍 교수는 “양가 부모를 만날 때에도 직장 상사나 회사 사장님을 대할 때처럼 노력하면 된다. 배우자를 대할 때에도 직장 동료에게 하는 정도로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에 더 중요한 이들은 가족인데도 살다 보면 거꾸로 대하기 쉬우니, 사회생활을 잘하려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듯이 가족에게도 그렇게 대하자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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