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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도망칠 곳이 없다' 반체제인사 잡으러 국경도 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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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상하이·서울=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최근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한 국외 체류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에 돌아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공안 당국의 힘이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5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태국에서 최소 4명의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거나 실종됐다.

실종된 이들은 어느새 중국에 다시 나타나 구금되는 수순을 밟고 있어 수십년 간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망명지로 애용되던 태국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CNN은 베이징 당국이 태국뿐 아니라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홍콩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넘어 비판론자들을 단속하는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태국의 경우 이곳에서 망명을 준비하던 중국 광둥(廣東)성의 진보 매체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편집기자 리신(李新)이 지난달 13일 실종 20여일 만에 중국에 돌아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강제압송 의혹이 제기된다.

리 기자의 부인 허팡메이(何方美)는 남편이 전화통화에서 "이미 중국에 돌아와 있다. 자발적으로 돌아와 조사를 받고 있다"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전했지만, 본인도 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리 기자는 앞서 허난(河南)성 정보당국의 프락치가 되라는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인도 네루대학에서 유학하던 중 인도 주재 대만 대표처의 요청으로 중국 정세를 분석한 글을 써준 뒤 귀국 후 정보당국으로부터 '간첩죄' 위협을 받으며 프락치로서 인권단체나 지식인들을 감시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결국 리 기자는 지난해 10월 3일 홍콩을 거쳐 인도 뉴델리에 도착, 중국 정보당국이 홍콩과 허난성의 비정부기구(NGO) 관련 정보를 수집해왔다며 더 이상 인격이 분열되는 프락치 생활을 감당할 수 없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 블랙리스트 시스템을 두고 보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 기자는 태국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망명을 신청키로 하고 부인, 아들과 라오스에서 만나 방콕으로 가기로 약속했다가 지난달 11일부터 부인과 연락이 끊겼다.

리 기자를 둘러싼 상황은 피랍설이 돌고 있는 홍콩 출판사 대표 구이민하이(桂民海·51)가 앞서 태국에서 실종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정치 서적을 주로 만들어 온 스웨덴 국적의 구이민하이는 지난해 10월 태국 파타야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실종된 뒤 지난달 17일 과거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공안에 자수했다고 중국 방송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구이민하이를 포함해 작년 10월 이후 연쇄 실종된 홍콩의 출판업자 5명이 모두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홍콩 경찰은 중국 광둥(廣東)성 공안청으로부터 '마이티커런트(巨流) 미디어'의 뤼보(呂波) 총경리와 청지핑(張志平) 업무 매니저,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 서점 점장 람윙키(林榮基) 등 3명이 중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작년 말 홍콩에서 실종된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요 주주 리보(李波·65) 역시 중국에 있는 것으로 지난달 18일 통보된 바 있다.

리보는 홍콩 경찰에 면회가 필요 없으며 필요시 자발적으로 연락하겠다고 전했으나,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돼 강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 등에 머물고 있는 반체제 인사들이 최근 집에 들어가지 않거나 중국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등 바짝 경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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