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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삼국시대판 동의보감’ 일본 의서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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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연구팀 성과

9세기초 펴낸 ‘대동유취방’에서

고대 한반도 의약 처방 37건 확인

백제 유민이 남긴 처방전이 최다

삼국 의사들의 의약 기록 상세


‘삼국시대판 동의보감’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고대 삼국시대 의사, 유민들의 각종 질병 처방전과 약재의 기록들이 무더기로 일본에서 발굴된 것이다.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의 여인석 관장(의사학과 교수)와 박준형 학예연구사 연구팀은 최근 일본 고문헌에서 백제, 신라 의사들과 일본에 간 고구려, 백제, 가야 유민들이 남긴 처방전, 의약기록을 대량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문헌은 9세기 초 일본 헤이안시대 헤이제이왕 때 일본 각지 의약법을 조사하고 펴낸 의서 <대동유취방>(大同類聚方)이다. 이 옛 의서 안에 소개된 처방 779종 가운데 고대 한반도 의사, 유민들이 전해준 37가지 처방전을 찾아낸 것이다. 고대 삼국의 의사 이름과 처방전, 질병, 약재의 기록이 이렇게 대규모로 발굴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고대 한반도 의약사 연구에 소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헌에는 37건의 고대 한반도 의약 처방이 나온다. 대부분 처음 알려지는 것들이다. 신라 처방은 5건으로 임원무(林元武), 양공명(楊公明), 임경명(林敬明) 등 처음 드러난 당시 의사들의 이름과 약재를 담당한 신라 관서 명칭으로 보이는 해부(海部)의 처방전들이 보인다. 인후병, 더위먹음병, 종기, 나병 등에 대한 처방법과 관련 약재 이름들이 적혀 있다.

백제인의 처방은 2건인데, 모두 왕인 박사가 전해준 복통 등에 대한 비방들이다. 왕인은 <논어>등 선진 학문을 일본에 전해준 것으로 유명한 지식인이다. 한반도의 처방전들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일본에 정착한 백제 유민의 처방으로 23건에 달한다. 백제의 마지막 군주 의자왕의 후손 경복 등 백제왕씨(王氏)의 처방만 3개인데, 소갈증(당뇨), 변독 등에 대한 것들이다. 백제 유민 중 의관 가문의 처방도 18개가 보이는데, 천연두로 추정되는 돌림병 처방이 포함돼 있다. 고구려 유민의 처방으로는 보장왕 자손으로 일본에 정착한 약광왕의 처방을 비롯한 4건이 있다. 몽정병, 두창 등에 관한 것이며, 가야 유민의 처방도 2건이 발견된다. 그러나 일본과 활발하게 교류한 발해인의 처방전은 언급되지 않았다. 연구팀의 세부 판독 결과는 곧 발간될 한국목간학회 학술지 <목간과 문자> 15호에 공개될 예정이다.

박준형 연구사는 “삼국 본토인보다 일본 유민의 처방이 더 많지만, 유민들의 처방 자체가 대부분 본국의 의학 지식과 연관돼 고대 삼국 의학사를 연구, 복원하는 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전 내용을 심층분석하면, 삼국시대 의약학의 구체적 면모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대동유취방

일왕 헤이제이 즉위 3년째인 808년 조정 신하 아베노 마나오 등이 각지의 약재 비법을 조사한 뒤 100권으로 정리해 바친 의서다. 현재 원본은 사라지고 17세기 에도시대 이래 필사본 형식으로 출판된 유포본 10여종과 1848년 발견된 헤이안시대 의약관청 전약료(典藥寮)의 판본 필사본(이하 전약료본)이 전한다. 일본 학계는 유포본을 후대 지어낸 위서로, 전약료본을 진서로 본다. 이번에 확인된 삼국시대 의약기록은 전약료본을 판독해 발굴한 것이다. 유포본에 대해서는 미키 사카에 등 일본 학자와 이현숙 연세대 의사학과 연구교수 등이 이미 분석해 삼국시대 처방 10여건 등을 발굴한 바 있다. 그러나 유포본 자체가 위서라는 게 통설이어서 이후 연구를 심화시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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