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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F현장] '문전성시' 일왕 생일파티&'천황' 화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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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국왕의 생일파티 현장을 찾은 벳소 고로 주한 일본대사와 일왕 생일파티를 성토하는 보수단체의 시위대 그리고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화환(왼쪽부터)이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혼재해 있다.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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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문전성시'. 딱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3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참석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정확히는 알수 없었지만, 보수단체는 800여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서울 지역에 대설주의보와 함께 코 끝이 시릴 만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이날 오후 5시. 해가 어슴푸레 넘어가자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은 더욱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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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왕의 생일파티가 열린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로비는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이들로 분주하다. /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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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취재진은 행사에 앞서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인 그랜드하얏트호텔 직원과 참석자 명단을 체크하는 일본 대사관 직원 그리고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는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바삐 움직였다. 애초 이곳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으로 관계자는 취재진을 밖으로 안내하며 양해를 구했다.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옷깃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칼바람을 맞으며 참석자들의 면면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이날 행사를 주최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였다. 그는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깃을 여미며 당당하게 행사장으로 향했다. 그를 필두로 각국의 한국 주재 외교관들이 일왕 생일파티 참석 차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 중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단연 눈에 띄였다. 그는 미·일간 굳건한 동맹관계를 확인하듯 당당히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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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가 3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일왕 생일파티 현장 참석후 돌아가고 있다.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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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인 시위를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일왕의 생일파티는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예정돼 있었다.

오 대표 이외에도 지난해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참석자들을 성토해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 일명 '일왕 생일파티 초토화 시킨 아줌마'로 얼굴을 알린 여성도 현장을 찾았다. 그녀는 "일본은 평화헌법을 수호하고 전쟁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야욕을 포기하라"면서 "또다시 죄없는 사람들을 원폭피해자로 내몰지 말라"고 일갈했다. 또한 한복과 삿갓 차림의 시위자도 일왕의 생일파티를 비판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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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왕 생일파티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보수단체 회원 6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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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날 현장을 찾은 시위대 6명과 경찰의 충돌은 없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파티에서 오천도 대표와 활빈당 소속 회원은 일장기가 그려진 전단지를 불태우는 등 일왕의 생일파티를 강력하게 항의 한 바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경찰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에 "경찰 병력 1개 소대와 질서유지를 위한 경력 10명, 도합 30명의 경력이 배치됐다"면서 "달걀 투척 등 폭력행위가 있을 경우 검거해 사법처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여명의 경력을 배치한 것과 대비된다.

한편에선 축하사절단이 다른 한편에선 극렬 시위가 공존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또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며 보낸 화환이다. 도대체 누가 보낸 걸까.

화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신한은행 수송동지점장 송승준,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유정준, 대한적십자 김선향 부총재다.

특히 일왕을 '천황'으로 표기한 기업인들의 화환이 발길을 사로잡았다. 유정준 수펙스추구협회 글로벌 성장위원장과 신한은행 수송동지점 송승준 지점장은 각각 '축 천황탄생일', '축 천황탄신일'이라고 썼다.

신한은행 측은 "해당 지점장이 보낸 화환은 신한은행이 은행장 명의의 공식적인 화환으로 보낸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 사실에 대해 은행측은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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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파티 현장에 국내 유력 기업인들이 축하화환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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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 김재철 회장은 'Congratulation'이라는 영어 축하문구를 담았다. 이들은 지난해 일왕 생일파티에도 모두 화환을 보내 빈축을 산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삼구 회장이)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와 한중일 교류를 위한 차원에서 축하 화환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고, 대한항공과 동원그룹은 모두 "회장 비서실에서 화환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의 김선향 부총재는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썼고, 한국수입협회 신태용 회장은 'Congratuation'이라고 적었다. 한국수입협회는 일왕 생일파티에 화환을 보낸 이유에 대해 "축하하기 위해 화환을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23일 내셔널 데이로 정하고 매년 12월 초 전 세계 주재국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며 논란을 빚자 일본 대사관 측은 이후 4년간 일본대사관저에서 일왕의 생일파티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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