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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중국 위안화의 굴기…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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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금융시장 동반성장 기대감… 종속화 땐 외자 이탈 우려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위안화의 굴기가 우리 경제와 금융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 국제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세계 3대 주요 통화로 인정받았다. 일각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맞물려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차이나파워가 갈수록 더 맹위를 떨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위안화 변동성에 국내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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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의 SDR 편입이 당장 글로벌 자금 흐름이나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SDR 규모 자체가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DR 총 발행량은 지난해 말 기준 1409억달러에 불과하며 약 11조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초반”이라며 “SDR는 개념상의 가상화폐이므로 당장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DR 편입이 당장 중국 실물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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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안·원 직거래시장 개설 등으로 달러 중심의 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이 계속 늘고 있고, 한·중FTA 체결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위안 직거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8억8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36억3000만달러 규모로 근 1년 만에 4.1배 급증했다.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22억6000만달러 규모로 같은 기간 원·달러 거래량의 26.4% 수준이다. 위안화 무역결제는 지난해 4분기 1%대에서 올 3분기 3%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내년부터는 국내에서 중국 위안화를 사고팔 때 원·위안 직거래시장에서 형성되는 ‘직거래 환율’도 사용된다. 위안화는 지난해 12월부터 직거래가 시작됐지만 개장 초기 거래 미비로 실제 가치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화 가치는 계속 재정환율로 산출해왔다.

대중 경제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SDR 편입은 국내 시장에서 결제통화 다변화 및 중국 관련 금융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진행 과정에서 한국을 주요 허브 중 하나로 활용하면 한국 금융시장도 동반 팽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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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장 1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참석해 직거래 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한·중 간 실물·금융 연계성(동조화)이 높아지면 위안화 및 중국발 충격이 국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중국 경제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 의존도가 심화되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며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거나, 위안화 약세로 국내 수출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위안화가 추세적 약세를 나타낼 경우 한국의 원화가치 역시 하락 압력이 작용할 수 있고 이는 국내시장이 해외 자본 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안화 SDR 편입으로 동아시아에 ‘금융심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심화 현상이란 1980년대 엔화가 주축이 돼서 일어났다가 90년대 버블 붕괴로 꺾인 것을 뜻한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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