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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준생 ‘메카’ 강남…취업 사교육 받으려고 자취까지 불사하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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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취업준비생 이모(25ㆍ여) 씨는 지난달부터 용인에서 강남으로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미 1년 전 토익 시험 준비를 위해 3개월 동안 강남을 제 집 드나들었던 이 씨. 그는 “토익 점수를 낸 뒤 다시는 강남까지 학원 다닐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엑셀을 배우려고 찾아보니 강남만한 곳이 없었다”며 “언제쯤 강남 학원가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쓴웃음 지었다.

대한민국 학원1번지 강남이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메카(MECCA)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형 어학원, 각종 취업 자격증 사설 교육업체, 스터디 카페 등이 몰리며 고3 수험생 뿐 아니라, 이제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되면서다.

그러다보니 지방에 사는 취업 준비생들까지 탈(脫) 백수를 꿈꾸며 강남으로 상경, 생활고는 물론 고시원 사기 등 애환을 겪는 일도 적잖다.

대전에 사는 박모(27) 씨도 지난 7월 강남에서 두달간 토익학원을 다녔다. 박 씨는 “고시원비 40만원에 밥값, 학원비까지 매달 100만원은 넘게 쓴 것 같다”며,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에 고시원과 학원만 왕복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방에서 온 취업 준비생들은 주거비, 생활비 등까지 해결해야 해 ‘취업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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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에서도 유독 임대료, 물가가 높은 강남이라 생활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토익 어학원 기준 종합반 수강료 30만원 가량에 고시원비 40만~50만원, 식비와 교통비 등, 한 달에 드는 돈이 박 씨의 사례처럼 100여만원은 훌쩍 넘는다.

이에 밥값을 아껴보려고 카페에서 커피와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공부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고시원을 찾다가 고시원 주인과 얼굴을 붉히는 이들도 종종 있다.

대학생 박모(24ㆍ여) 씨는 “고시원 주인이 분명 계약 당시엔 여성 전용 층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남자들이 거리낌없이 오갔다”면서, “냉난방 문제에 청소 문제까지, 불편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환불을 요청했지만 결국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한 채 나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충과 애환에도 불구, 취업 준비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남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박 씨는 “같은 학원이라도 취업 준비생들이 더 많은 곳이 정보 교환하기도 좋지 않겠느냐”며, “돈을 좀 들이더라도 취업만 할 수 있으면 됐지, 라는 심정으로 투자라고 생각하며 다닌다”고 씁쓸해했다.

rim@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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