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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명예 퇴진 임창용’ 또 레전드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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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임창용(39)이 사실상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 한국야구는 또 한 명의 레전드를 이렇게 허망하게 잃게 됐다.

KBO는 30일 구단별 재계약 대상자인 보류 선수 551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특히 임창용의 명단 포함 여부과 관심사였다. 삼성은 앞선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이어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임창용을 제외했다. 사실상의 방출이다.

여러모로 선수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이 작년말과 올해 초 마카오에 조직폭력배들이 차린 도박장에서 수억원대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에 올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 결국 삼성은 임창용을 포함한 총 3인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서 제외했다.

이어 검찰은 최근 임창용을 소환조사했다. 임창용은 금액 규모를 몇 천만원대로 주장했지만 도박 사실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이후 줄곧 공식조사 결과가 나오기전까지 거취에 대한 결정을 미루겠다며 장고에 들어갔던 삼성도 결국 임창용의 방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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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K스포츠 DB


올시즌 세이브 1위에 오른 기량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야구를 두루 경험한 백전노장. 거기에 임의탈퇴가 아닌 방출 조치가 돼 다른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 혐의가 확정되면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KBO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높은 수위는 자격정지 또는 제명조치다.

해외에서 뛰는 것도 요원하다. 규약상 미국, 일본, 대만은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에 앞서 신분조회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징계나 제제 사유에 대해서 반드시 명기하도록 되어있다. 추가 사법조치까지 유력한 임창용을 그런 부담까지 감수하고 데려갈 팀은 사실상 없다.

그간의 발자취만 놓고보면 한‧일 통합 30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임창용은 레전드라는 이름에 부끄러움이 없는 한국야구의 역사였다.

1995년 고졸신인으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곧바로 1군 경기에 나섰다. 첫 해 성적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불과 2년차인 1996년에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49경기에 나서 7승7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이어 1997년에는 무려 64경기에 등판해 14승8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1998년 8승7패 34세이브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하며 구원왕에도 올랐다.

시즌 종료 후 충격적인 양준혁과의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1999년 평균자책점 1위 부문과 세이브 1위를 석권했다. 그해 한국야구는 역사적인 타고투저의 해였지만 임창용은 13승4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2.14라는 독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2001년부터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임창용은 2003년까지 3년간 44승을 기록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2004년 마무리로 복귀한 이후에도 36세이브를 올려 다시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팔꿈치 부상 등으로 고전한 임창용은 결국 수술을 받았고 2006년 1경기 등판에 그친데 이어 2007년 5승7패 평균자책점 4.90의 커리어 최악 성적을 냈다. 하지만 임창용은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마무리로 활약, 5년간 11승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의 특급 성적을 냈다.

이후 미국무대의 문을 두드렸지만 빅리그에 입성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유턴했다. 삼성 소속으로 한국 무대에 복귀한 첫해였던 2014년에는 5승4패 평균자책점 5.84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5승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으로 다시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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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K스포츠 DB


KBO리그 통산 638경기 114승72패 232세이브 평균차잭점 3.31의 성적. KBO리그 역사에서 100승과 200세이브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김용수(은퇴)밖에 없다.

한일 통산 360세이브로 정확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역시 한일통산 350세이브 이상을 기록중인 투수도 오승환과 임창용 단 2명뿐이다.

임창용은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의 역사인 해태타이거즈의 황금기와 삼성 라이온즈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한 특급투수였다. 거기에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비록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했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이후 한국 무대로 복귀해 보여준 노익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렇지만 자신의 과오로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사실상 제대로 된 은퇴도 어렵다. 추가로 사회적인 지탄도 받고 있는 상황. 삼성이 해당 사건을 통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임창용은 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선수 생활 수십년 동안 역경을 이기며 쌓아올린 명예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한국야구의 입장에서도 비극이다. 수많은 레전드들을 원치 않았던 방법과 순간으로 떠나보낸 과거의 충격적인 재현이다. 무엇보다 임창용의 투구에 환호했고, 울고 웃었던, 많은 기억을 갖고 있는 팬들에게 이제 그 이름은 큰 아픔으로 남게 됐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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