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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7년 신성불가침' 깨질까…종교인과세 첫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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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조세소위, 종교인과세 담은 소득세법 합의

1968년 과세 논의 시작됐지만 종교계 벽에 막혀

朴정부, 과세 적극적인 유일한 정권…결국 첫 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47년 신성불가침’이 깨질 수 있을까. 올해로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종교인과세 논쟁이 첫 진전을 이뤘다. 여야가 ‘2년 유예’ 조건을 걸긴 했지만 종교인에게도 원칙적으로 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합의해서다.

따지고 보면 종교인이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있어 예외라는 법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47년간 있어온 사회 각계의 과세 시도는 이런 생각이 바탕에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종교 박해 등의 이유로 종교계의 반발이 거셌고 곧바로 ‘없던 일’이 됐던 게 우리 사회의 신성불가침 도전사였다. 표심(票心)에 민감한 정치권이 소극적이었던 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번에는 과연 해묵은 종교인과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국회 조세소위, 종교인과세 담은 소득세법 합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는 이날 종교인과세 내용이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잠정 의결했다. 과세 도입시기는 오는 2018년 1월1일로 2년 유예됐지만, 정치권 차원의 첫 과세 방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시행령에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규정하려고 했던 것을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직접 명시했다.

국회 일각에서는 2년 유예 방침이 내년부터 있을 총·대선을 의식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당초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잡았지만 여야가 이를 미룬 탓이다. 국민개세주의 여론과 종교인 표심 이탈 사이에서 어떻게든 절충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지만 어쨌든 ‘꼼수’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합의 직후 “우리나라는 종교단체가 선거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특한 구조”라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교회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47년째 종교인과세 시도 중 그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건 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종교인과세 논의는 지난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게 출발이었다. 예상대로 당장 종교계는 반발했다. 논의 분위기 역시 급격히 식어버렸다. 이후 수십년간 사회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과세 논의가 새어나왔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러다가 1994년 천주교가 종교계 중 가장 먼저 소득세 원천징수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종교계도 세금을 내는데 있어 혜택을 받을 근거가 없다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朴정부, 과세 적극적인 유일한 정권…결국 첫 발

2000년대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종교인과세 여론은 비등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총대를 매지 않는 게 문제였다. 2012년 이명박정부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칙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곧 흐지부지 됐다. 정권 말기여서 정치적 힘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초부터 종교인과세를 적극 언급한 유일한 정권이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고 국회에 처리를 촉구했다. 입법 테이블에 종교인과세가 주요하게 다뤄진 건 사실상 처음이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년 종교인과세는 정치권의 표심 우려에 계속 좌절됐다. 일부 개신교계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야무야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첫 발을 떼는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아직 입법이 완전히 이뤄진 건 아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오는 2일 국회 본회의 때 표결에 부쳐지는데, 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종교인과세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여야 의원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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