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교황, 분쟁국 중아공 모스크 방문…"종교간 증오 더는 안돼"(종합3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죽음의 도구를 내려놓으라"…"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는 형제이자 자매"

교황,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 모두 마쳐

연합뉴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틀 일정으로 분쟁국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을 방문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교황은 29일(현지시간) 중아공 수도 방기 공항에 중아공 정부 고위관계자와 외교관, 가톨릭계 대표, 이슬람교도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의 환영 속에 도착했다.

교황은 아프리카 순방 마지막 방문국 중아공에서 "이 세상의 무기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이런 죽음의 도구를 내려놓으라"라고 말했다.

인구 480만 명의 중아공은 지난 2년간 기독교 민병대와 이슬람 반군의 유혈 충돌로 수천 명이 숨진 분쟁국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양측의 충돌로 적어도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 비행기에서 내린 교황은 연설에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통합과 화해를 촉구했다.

교황은 "평화의 순례자이자 희망의 사도로서 이 나라에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종교적 차이가 그들을 분리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은 우리 주변 세계에 있는 놀라운 다양성을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타인, 우리 민족에 포함되지 않는 것, 정치적·종교적 시각에서 친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가오는 중아공 선거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아공의 캐서린 삼바 판자 임시 대통령은 교황의 방문을 "두려움을 넘어선 신념의 승리"라고 높게 평가했다.

삼바 판자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교황의 평화와 통합 메시지가 필요했다"며 "우리 국민은 나를 시작으로 용서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아공 국민 수만 명은 교황이 오픈카 형태의 '포프모빌'(교황 전용차)을 타고 퍼레이드하는 도로 주변에 서서 열렬히 환영하고, 평화의 신호로 나뭇가지를 흔들기도 했다.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30일 오전에는 방기의 PK5 구역에서 이슬람공동체 지도자,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쿠두쿠 모스크를 찾았다.

교황은 이 모스크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들과 함께 종교적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에도 참가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교황은 수백명의 환영 인파 속에서 가진 연설에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는 형제이자 자매"라며 "더는 증오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최근 이 나라를 뒤흔든 폭력 사태와 행위가 진정한 종교적 동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란 점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교도 난민이 다수 거주하는 PK5 구역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종교적 유혈 충돌이 발생하는 등 방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전했다. 이 모스크 주변에서는 이날 유엔 평화유지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에는 전체 2만 석 규모의 바르텔레미 보간다 운동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앞서 교황은 테러 위협 속에서도 지난 25∼27일 케냐, 27∼29일 우간다를 각각 방문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 아프리카 3개국은 가톨릭 교회 신자들이 많은 편이지만 내전과 폭력 사태가 난무해 방문지에서 교황이 공격받을 위험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gogo213@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