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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세상의 중심, 지구 배꼽 ‘울루루’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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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루루는 일몰, 일출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정상은 올라갈 수 있지만 따로 시간이 정해진다. 그야말로 성지다.


“우주에서 보면 이곳이 배꼽일거야. 생긴 것도 봐. 꼭 배꼽같잖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일행들이 일제히 “배꼽”을 외쳤다. 지구의 배꼽. 맞다. 호주 노던주 남서쪽에 위치한 카타 추타 국립공원의 울루루(Uluru)다.

배꼽을 가볼까? 장난스럽게 시작된 여행. 마침내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섰다. 그 중심이 호주 사막 여행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더 특별했던 울루루.

9억 년 전 생성됐다는 이 신비한 단일 바위는 높이 348m, 둘레 약 9.4km, 땅에 파묻힌 바위의 규모만도 6000m의 어마하기 그지없는 바위산이다. ‘신들의 밥상’, ‘오스트레일리아의 붉은 심장’이라는 애칭만 봐도 명실공히 호주의 대표 포인트라 하겠다.

울루루의 뜻도 의미심장하다. 이 지역 원주민인 에버리진(aborigine) 말로 ‘그늘이 지나간 자리’란 뜻이다. 거대한 바위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생긴 작은 동굴. 여기에 각기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어진 벽화와 흔적이 남았다. 연간 이 배꼽으로 마법처럼 끌려오는 여행객들만 30만명에 달한다.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있을 ‘울루루’. 잠깐 역사를 보고 가자. 1872년, 한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게 최초다. 당시 호주 초대 총리였던 헨리 에어즈(Henry Ayers)의 이름을 본따 ‘에어즈록Ayers Rock’이란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카타추타국립공원의 거대한 단일 암석인 울루루와 울루루 서쪽에 있는 바위 돔 카타 추타(Kata Tjuta) 일명 올가는 광활한 붉은 모래 평원에 형성된 웅장한 지질구조다. ‘내 재는 울루루의 바람 위에 뿌려줘. 그리고 너는 너만의 시간을 살아주길 바래’라는 명대사와 함께 언급 됐던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유명세를 타면서 호주사막 여행의 정점이 된 거다.

울루루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일출과 일몰 타임. 그 시간에 맞춰 공원 주차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미리 도착해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건 울루루 여행의 필살기.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울루루는 변화무쌍,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뿜어낸다. 이 때는 ‘타임랩스’기능이 필수. 이 기능으로 풍광을 담아두면 오묘한 느낌의 멋진 영상을 간직할 수 있다. 일행들도 다들, 정신이 나갔다. “언제 또 이런 멋진 장면을 보겠냐”며 가지고 간 장비들 총 동원. 바위 표면에 새겨진 다양한 형태와 깊이의 풍화와 침식 흔적 덕분인지 큰 덩치의 바위는 마술쇼를 하듯 변화무쌍하게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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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의 정상은 올라갈 수 있으나 시간이 정해져있다. 그날 기후에 따라서 공지가 되나 에버리진이 신성시 하는 성지(聖地)이기에 ‘되도록이면 자제를 해달라’고 쓰여있다. 이곳은 지독한 파리떼도, 무더위도 살짝 피해갔는지 10월에 때 아닌 구름과 비를 만날 수 있었다. 사막에 비라니. 울루루를 연속 4번 온 사람들도 “처음 본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맑은 날을 기대했기에 좀 서운했지만 오히려 흐린 날씨의 울루루를 보는 게 희귀하니 더 가치있지 않겠냐는 지인의 말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울루루를 가장 핫하게 즐기는 방법은 이른 아침 울루루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천천히 한 바퀴를 걸어보는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고, 조깅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고, 코스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말하며 정작 나는 조깅도 둘레 한바퀴를 돌지 않았지만 대신 카메라 하나 메고 쫄래 쫄래 현지 가이드를 따라 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영어 설명으로 인해 가이드 투어는 포기, 결국 나는 울루루의 3분의 1정도를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에 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쉽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아보았으면. 인생에서 기념이 될만한 추억은 여행지의 것을 오롯이 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체험하고 느낌으로써 남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여행의 참묘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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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루루 100배 즐기는 권예빈의 Tip

1. 가려면 = 시드니 경유 약 3시간30분. 국내선 에어즈록 공항. 카타추카 국립공원 입장료는 3일 사용권 25달러(호주 달러). 티켓에 이름을 적고, 들어갈 때마다 표를 보여줘야 한다.

2. 울루루에서 꼭 해봐야 할 것 = 일몰 보며 커피 마시기, 울루루 무료 가이드 투어 (2시간 정도), 울루루를 따라 조깅하기 ( 2시간 ~ 4시간), 울루루 오르기 (에버리진들이 신성시 해 자제를 시키고 있으나 개방 시간에는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3.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Sound of silence)투어 =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실제로 느끼기 위해 울루루 인근 사막 위에 마련된 파티. 실제로 식사 후 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감상하는데, 그날의 기후, 은하수, 울루루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며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침묵의 시간을 가진다. 식사는 낙타요리부터 와인까지 약 20여 가지 음식. $195 어른, $95 유아 (10세~15세) 현지 ATT Kings (www.aatkings.com.au )투어에서 예약 가능.

4. 낙타 타고 울루루 즐기기(Camels to sounds of silence)

-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와 비슷하나 낙타를 타고 울루루 인근(율라라 Yulara) 의 황무지를 돌며, 울루루가 보이는 외진 곳에서 야외 바베큐 파티를 함. 어른 $295 유아 $147.50.

■ 권예빈 작가는…

발로 글을 쓴다. 꿈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노벨문학상이다. 산골 소녀가 서울 상경해 잠깐 ‘개천에서 용’이 된다. 그게 KBS 방송작가. 오랜 방송생활을 접고 지금은 여행작가로 전향했다. 지금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발도장을 쾅쾅 찍고 있다.

*글·사진 = 권예빈 여행작가

[울루루(호주) = 권예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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