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韓美 블프 엿보기①]유통업체 한계·공급자 위주 상품…'정기세일과 차별화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이름뿐인 '코리아 블프'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미국 최대 세일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연말 쇼핑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금요일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에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의 온라인 매출액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래 액수는 44억7000만 달러로 약 5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도 이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백화점, 온라인 쇼핑 등 92개 업체, 3만4000여개 점포 등이 참여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24.0% 급증했으며, 매출증가액은 2669억원에 달했다.

온라인쇼핑몰의 매출 증가액도 전년보다 28.9% 늘어난 2161억원이었으며, 전자랜드, 하이마트 등 전자제품 유통전문업체의 매출 증가액은 20.9% 늘어난 353억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및 온라인쇼핑몰 등의 매출 급상승에는 정부가 기획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이 컸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다. 업체들이 주도해 매년 준비하는 '미국 블프'와 정부의 주도하에 10일 전에 통보를 받아 준비한 '코리아 블프'.

가장 큰 차이는 '코리아 블프'의 경우 공급자 위주의 상품 구성으로 소위 '잘나가는 제품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 바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차이다.

2000년대 들어서며 시작된 미국의 블프는 이 시기에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가 이뤄진다.

제조업체들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등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참여해 소비자의 혜택을 극대화했다.

미국 블프 행사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구조다. 적게는 60%에서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코리아 블프'는 정부의 주도하에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할인 폭에 한계가 있다.

국내 유통업계의 구조상 80~90% 할인보다는 20~30% 할인을 하거나 1+1 행사가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에서는 이름만 '블랙프라이데이'일 뿐 실상은 정기 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유통업계의 매출 상승은 가을시즌에 진행하던 세일을 앞당겨한 효과"라며 "시장의 자체 역동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졸속으로 실시한 행사인 만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주원 이사대우는 "유통업체 중심의 행사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처럼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참가하는 행사로 만들어 공장가를 낮춰야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ios102@newsis.com


★ 뉴시스 뉴스, 이젠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도 만나세요
★ 손 안에서 보는 세상, 모바일 뉴시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