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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줄 돈 안 주고 10년째 버티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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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판결 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액

시도교육청이 부담케 하고 오리발

“누리과정 예산편성 압박과 모순”

한국일보

지난 6월 2일 메르스 발생 후 휴업한 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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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압박하고 있는 교육부가 정작 시도에 환급해야 할 돈을 10년째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05년 학교용지부담금의 개인 부담이 위헌으로 결정된 뒤 해당 금액을 보전해 달라는 시도의 요구에 대해 ‘시도가 먼저 민원들에게 지급하면 나중에 교육비 특별회계에서 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택지를 개발할 때 입주민들로부터 분양대금의 0.8%(공동)~1.4%(단독주택)를 거둬 학교용지 확보에 쓰는 돈이다. 시도교육청이 학교용지를 확보하면 시도는 이 돈을 거둬 교육청에 지급한다. 2001년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해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5년 3월 의무교육제도 하에서 학교용지 확보비용을 민간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용지부담금제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부담금을 돌려달라는 민원과 소송이 쇄도했고, 광역단체들은 교육부의 약속에 따라 1,120억원을 우선 집행했다. 세부적으로는 경기도 443억원, 부산 150억원, 서울 82억원, 대전 53억원 등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위헌 판결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교육부를 믿고 예산을 집행했는데 환급금이 들어오지 않아 도내에서는 한때 택지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해당 금액의 환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도가 신청한 부분에 대해서 이미 환급이 이뤄졌으며 시효도 완료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기도가 자의적으로 지출한 부분까지 교육부가 부담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검토는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부산이 환급액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옴에 따라 다른 시도와 연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회 교육위 이종훈(성남 분당갑) 의원은 “시도의 질의에 대해 교육부가 ‘선집행 후환급’을 회시한 공문이 있다”면서 “교육부는 위헌 판결의 취지를 살려 시도가 지출한 부담금에 대해 환급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에 대해서는 법령위반을 들먹이며 강제하는 교육부가 정작 줄 돈은 안주고 버티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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