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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과거’ 문제있다며 집회 원천봉쇄…경찰, 자의적 판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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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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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시법 5조 적용 ‘집회금지’ 통고

“누구든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경찰이 새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금지하겠다며 그 근거로 밝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5조1항)이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지만, 현행 집시법은 이른바 ‘공공질서’를 해칠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기본권을 제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등에서는 경찰이 집시법 5조의 ‘금지 통고’ 조항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둘러싼 논란처럼 특정 단체의 집회 자체를 옭매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전농 ‘평화집회’ 공언에
조계종까지 ‘적극 중재’ 밝혔는데
경찰 “불법 폭력집회 될 것” 낙인
법조 “헌법 위배 징벌적 조처” 지적

헌재 “성향·전력 이유 일률금지 안돼”
대법도 ‘집회금지 엄격히 제한’ 판례
‘집시법 5조’ 적용 급감…올해 1건뿐


서울지방경찰청은 2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2차 민중총궐기대회 집회신고에 대해 “불법 폭력 집회가 될 것이 명백하므로 집시법 5조를 근거로 금지 통고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집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단체가 신고한 집회나 행진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해왔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판단의 근거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전농 쪽이 “평화집회를 하겠다”고 밝히고, 중재에 나선 조계종 화쟁위원회도 “종교인들이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사람 벽을 세워서라도 평화시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섰지만, 경찰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경찰의 법 적용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집시법의 입법 취지는 집회·시위는 기본적으로 보장하되, 예외적으로 ‘이런 집회는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해도, 결국 법정에 가면 경찰의 위법한 법 집행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집시법 5조를 해석할 때, ‘단순히 폭행 등이 있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게 아니라 이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협이 직접적이고 또 명백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현 상황을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도 “경찰이 ‘지난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했으니 이번 집회에서도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금지 통고를 하는 것 자체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자의적인 법 집행이다. 이는 헌법을 위배한 ‘징벌적 성격’의 금지 통고”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집시법 5조는)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성향이나 과거의 전력만을 이유로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에서 목적이나 장소,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이번 조처는 헌재가 인정한 합헌성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집시법 5조를 근거로 한 금지 통고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줄어드는 추세였다는 점에서도 이번 경찰 대응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2012년 4월 “집회에 대한 허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유대운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0년 한해 동안 집시법 5조(공공질서 위협)를 근거로 한 금지 통고가 413건이었으나, 올해는 10월까지 단 1건에 그쳤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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