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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난의 크리스마스…테러 우려에 종교색 논란까지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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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 대상 테러 가능성에 예년보다 분위기 위축

스타벅스 컵 논란 등 '크리스마스 전쟁' 올해도 발발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럽과 미국 등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들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년같지 않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크리스마스 마켓 등을 노린 추가 테러가 우려돼 긴장감이 높아진 데다 추모 분위기 속에 떠들썩한 명절 분위기가 뒤로 밀렸다.

여기에 미국, 영국 등에선 크리스마스의 '종교색'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표적될까' 위축

파리 테러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유사한 테러 공격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경비를 바짝 강화했다.

가장 경비가 집중된 곳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전통적으로 유럽 도시 곳곳에서는 11월 중순 무렵부터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축제의 장인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이곳에 모여 와인을 마시거나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며 성탄 분위기를 만끽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 무렵 파리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파리에서는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테러 직후 폐쇄됐다 며칠 만에 다시 개장했으나 조명 점등식 등 화려한 행사는 취소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데다 열린 공간이라 테러 용의자 수색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특정다수를 노린 테러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기독교 최대 명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슬람 극단주의자 등 종교 관련 테러 세력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프랑스와 독일 경찰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폭탄 테러 모의를 사전에 적발한 적이 있었고, 2010년에는 독일이 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독일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주최측과 경찰, 당국 등이 모여 위기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점포 운영자들은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포착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테러 이후 파리 등 유럽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려던 사람들도 줄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테러 이후 지난 20일까지 일주일간 파리 여행 취소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었고, 신규 예약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 크리스마스 '종교색' 둘러싼 또다른 '전쟁'도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다운' 분위기를 잃어간 것은 사실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전부터 유통업계 등을 중심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의 종교색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로 여겨졌고, '해피 홀리데이'라는 중립적인 인사가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배려해 크리스마스의 종교색을 감춰야한다는 사람들과 뿌리부터 종교적인 기념일인 크리스마스의 종교색을 부정하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라는 사람들이 맞서기 시작했다.

얼마 전 스타벅스가 연말 특별 종이컵에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무늬를 빼자 보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온 것은 이러한 갈등을 잘 드러낸 사건이다.

올해 발발한 '크리스마스 전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쇼핑몰은 "어떤 고객도 불쾌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산타클로스 포토존의 배경을 간소화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후 예년의 전통적인 배경으로 되돌렸다.

영국에서는 영화관들이 "종교적 광고는 금지한다"며 주기도문이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광고의 상영을 금지하자 종교계가 "그렇다면 모든 크리스마스 광고를 금지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컵 논쟁이 불거진 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크리스마스전쟁'(waronchristmas)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추구해 크리스마스를 빼앗겼다는 사람들과 타 종교에 대한 배려는 중요한 가치이며 오히려 크리스마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더 문제라는 사람들이 뒤섞였다.

그런가하면 종이컵이나 장식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괜한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CNBC방송이 올해 스타벅스 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더니 '좋다'는 응답이 25%, '싫다'는 응답이 11%, '관심 없다'는 응답이 61%였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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