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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日 지식인도 나섰는데'…강제동원 조사위 해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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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기간 연장·상설화 법안 안행위 법안소위 통과 불발

박인환 위원장 "안일한 역사인식 안타까워"…행자부 "더는 연장 안 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일제시대 강제동원 관련 조사와 보상을 맡은 위원회가 활동기간을 연장하려는 일각의 노력에도 결국 연말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를 상설화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9일 위원회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국회 안행위는 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26∼27일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통과시키지 못했다.

형식적으로 이 개정안은 '계속 심사' 상태로 남았지만, 정기국회가 다음 달 9일 끝나고 위원회 활동기간이 다음 달 말로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내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야가 모두 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반대 견해를 보이고 있어 설령 시한이 충분하더라도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했던 안행위 관계자는 "정재근 행자부 차관이 '수차례 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했으니 더는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라며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부대표도 소위에 참석해 연장은 안 된다는 당의 방침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야당에서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올해 9월 정부에 요구했으나 소위에 참석한 새정연 의원들은 연장에 미온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일본의 시민사회 단체와 역사연구자들까지 나서서 한국 정부에 위원회 존속을 청원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산 위기에 직면한 위원회의 박 위원장은 "정부가 신고받아 작성한 '일정시 피징용·징병자명부'에 대한 조사를 10%밖에 마치지 못했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료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 문제에 대해 행자부의 안일한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일본이 올해 7월 '군함도' 등 강제동원 현장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10월에는 태평양전쟁 전몰자 유골 수습에 한국인을 배제한다고 밝히는 등 역사 왜곡에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없애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위원회가 이미 역할을 다했으니 존속 기간을 연장하거나 상설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해산 후에는 행자부 과거사지원단에 가칭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지원과'를 신설해 업무를 계속하고, 일부 업무는 민간재단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에 이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족단체들은 유골 봉환 등을 위해 위원회 존속을 요구하고 있다.

신윤순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 피해자 한국 잔류 유족회' 회장은 "위원회가 없어지면 피해자들의 유골을 수습할 길이 사실상 사라진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해서 억울하게 끌려가 죽은 국민의 유해조차 찾지 못한다면 국가의 책무를 다한 것이 맞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장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 대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문제를 계속해서 처리해줄 수 있는 가장 전문성 있고 노하우가 있는 곳이 위원회"라며 "그렇기에 위원회는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이주성 특별위원 겸 간사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업무는 다 끝났고, 위원회가 활동기한을 연장하려는 것은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혹시 남은 업무가 있더라도 행자부와 재단이 맡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족단체들은 조만간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행자부에 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과 상설화를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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