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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화성’ 재인 ‘금성’ 철수 여전히 딴 궤도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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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연일 동문서답에 ‘밀당’

연대 결론 차일피일, 불만 고조

“야권 운명이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고는 있답니까?”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주변에서 ‘문·안(문재인 대표·안철수 전 대표)’을 입에 올리면 먼저 ‘냉소(冷笑)’부터 나온다. 한때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며 대권을 다퉜던 이들이 단 한 사람, 서로의 마음조차 품지 못하는 “초딩(초등학생) 리더십”에 갈수록 실망이 커지면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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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서 야권 운명이 ‘문·안’에 달려 있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한다. 이들의 ‘화성 남자, 금성 여자’ 같은 지루한 ‘밀당’(밀고당기기)에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저런 속좁은 리더십으론 기대할 게 없다는 ‘현실 감각’도 작용한다. 당은 ‘문·안 협력’이라는 오지 않을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 정당’ 꼴이다.

“어떨 때 보면 둘 다 정말 초딩 같다”. 새정치연합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힐난했다. 문 대표가 띄운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논의 하나만 봐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동문서답’은 도가 지나칠 정도라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총선 패배를 걱정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는 말싸움뿐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지난 18일 공식 제안한 문·안·박 연대에 대해 “당의 큰 변화가 먼저”라며 문 대표 답변을 요구해왔던 안 전 대표는 열흘째 ‘무응답’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이라는 돌발 변수로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안팎의 여론은 차일피일 결론을 내지 못하는 제1야당에 싸늘하다.

당내에선 엄습하는 총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당 ‘간판’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당 전체가 두 사람만 쳐다봤다. 하지만 이들은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만나지 않고 언론을 통한 ‘간접 대화’만 했다. ‘신뢰 부재’만 도드라졌다.

‘동문서답’만하는 안 전 대표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지만, 직접 만남을 통해 설득하는 ‘삼고초려’도, 안 전 대표 참여 명분을 만들어 주는 노력도 없는 문 대표의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윽박지르기 식” 공개 연대 제안에 대한 비판도 따갑다. “진짜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한 적은 있는가”(한 재선 의원)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모습은 3년 전 대선 후보 단일화의 ‘재방송’이라는 평가다. 안 전 대표 양보로 문 대표로 단일화됐지만, 이미 깊어진 불신과 감정의 골로 인해 ‘화학적 결합’은 되지 못했다. 모두 두 사람의 ‘평행선 같은’ 대화 탓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도 29일 문·안·박 연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예고한 안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려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들은 주변 의견들을 종합해 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29일 이후 문·안·박 연대가 성사되든 안되든 총선을 앞둔 당 운명을 두고선 ‘한숨’ 소리만 커진다. ‘문·안’의 그간 모습을 보면 연대가 성사된다 해도 이어질 ‘소음’이 적지 않을 게 뻔하다는 예상 때문이다. 이 경우 두 사람 ‘밀당’에 대한 실망감이 쌓이고, 총선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비주류에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문·안이) 국민을 상대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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