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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교황, 나이로비 판자촌 방문…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공간 누릴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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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나이로비=AP/뉴시스】 박상주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 변두리의 빈민가 캉게미를 방문했다.

AP통신은 이날 교황이 주민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캉게미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환영인파의 맨 앞줄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축복의 인사를 했다.

교황은 이날 캉게미 주민들의 끔찍한 주거여건에 대해 개탄을 했다. 판자촌 주민들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과 전기, 하수구 시설, 쓰레기 수거 등 적절한 주거공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와 병원, 스포츠 시설 등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캉게미는 나이로비의 대표적인 빈민가 11곳 중 하나다. 5만 여명이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살고 있다. 진흙 벽에 함석지붕을 인 단칸방들이 꼬불꼬불 미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염소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악취 나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수돗물은 일주일에 사흘만 공급된다. 그나마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도 아니다. 화장실이 없는 집도 부지기수다.

캉게미 주민들은 교황의 방문이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교황은 전날 아프리카 유엔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공간을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들은 해당지역 주민의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도시빈민들이 몰려 사는 판자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도시의 슬럼이 단지 경제적인 불평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AP통신은 교황의 이런 언급이 당장 유엔의 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인류를 위한 좋은 안식처의 확대를 목표로 설립된 유엔해비타트(유엔인간정주계획) 본부가 나이로비에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 Praise Be)’라는 제목의 ‘회칙'(Encyclical)’을 통해 “오늘날 많은 대도시들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도시는 단지 오염물질 방출뿐만 아니라 도심의 혼잡과 열악한 교통문제, 시각 공해와 소음 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많은 도시들은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에너지와 물을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다. 최근에 지어진 빌딩들조차도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혼돈스럽고, 충분한 녹색공간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유리된 채 시멘트와 아스팔트, 유리, 철 등에 파묻혀 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캉게미 방문을 마친 후 교황은 케냐의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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