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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경제Talk] ‘이런 시급’ 462원···‘응팔시대’, 10시간 일해야 ‘치킨 1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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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복고풍 바람몰이를 벌이면서 1988년을 대표하는 사건·광고물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응답하라 1988’ 7회가 방영되는 27일 알바천국이 1988년도의 최저임금과 2015년도의 최저임금을 비교·정리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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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팔시대’ 배경 1988년은 한국에서 최저임금 적용 첫해

1988년은 88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첫해이다. 당시 고시된 최저임금은 1시간당(시급) 462.5원이었다.

현재 최저임금은 1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지만 당시에는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 국한됐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자는 227만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비율도 4.2%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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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최저임금 적용대상은 꾸준히 확대됐다. 1990년에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10인 이상 전 산업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시급은 690원으로 여전히 낮았다. 영향률 역시 4.3%에 불과했다. 전 산업 1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부터다.

2002년에는 최저임금이 시급 210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영향률은 2.1%로 여전히 미미했다. 2003년에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10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해 132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또 2006년에는 영향률이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이후 2010년에 시급 4110원이 적용되면서 15.9%까지 높아졌다.

■ 2016년 최저임금 영향률 18.2%로 최고치, 342만명이 임금 상향 조정 돼

6030원이 적용되는 2016년에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18.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내년도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상향 조정돼야 할 노동자들의 수는 342만명에 달한다.

최저임금은 이처럼 저임금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아직도 한국에서 상당수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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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아진 만큼 미준수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의 최저임금과 노사관계’ 발표문에서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233만명으로 미준수율이 12.4%에 달한다”고 밝혔다. 8명 중 1명 꼴로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셈이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 특히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비정규직들은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의 효과도, 최저임금 적용을 통한 저임금 해소 효과도 누리기 어렵다”며 “노동부는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에 대해 매년 점검을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위반 건수의 0.1%인 53건만 검찰로 이송할 정도로 처벌이나 과태료 수위가 높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응팔시대’엔 최저임금으로 15.2시간 일해야 ‘바나나 반송이’

‘응팔시대’의 배경인 1988년 최저임금 462원은 2015년도 최저임금(5580원) 대비 12분의 1 수준이었다. 알바천국의 조사 결과 이는 당시 ‘빅맥세트’ 가격(2400원)에 비해서는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알바천국의 가격조사 결과 1988년 최저임금으로는 ‘응팔시대’ 바나나의 경우, 15.2시간을 일해도 반송이(약 1㎏)밖에 구매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바천국은 “1980년대에는 수입되는 바나나 물량이 적어 귀한 과일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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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88년에는 1시간 일해도 ‘짜장면 한 그릇’ 조차 사먹지 못했다. 1988년 기준 보통 700원 정도 하던 짜장면은 1.5시간의 근무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택시 기본요금’과 ‘담배 1갑’도 마찬가지였다. 두 품목 모두 600원으로 저렴한 시절이었지만 1시간 정도 일해서는 지불이 어려웠다.

서울에서 부산가는 새마을호를 타기 위해서는 31시간(현재 7.6시간)을 일해야 했으며, 응팔 속 쌍문동 소꿉친구들이 간절히 원했던 ‘피자 한 판(M사이즈)’의 경우 18.2시간(현재 3.4시간)이나 일해야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1988년 최초로 개장한 ‘서울랜드’ 입장권 가격은 2500원으로 당시 최저임금 노동자가 5.4시간을 일해야 구매할 수 있었다. 또한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6.5시간(3000원), 치킨 1마리(4500원)를 시켜먹기 위해서는 9.7시간을 일해야 가능했다.

알바천국 측은 “조사 결과 현재도 알바생 5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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